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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네 번째 의자
처음 바깥 사람이 앉은 것은 삼월 마지막 주였다.
평가팀에서 가장 늦게 들어온 천하오였다. 청두에서 나고 자라 이곳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마친 그는, 출시를 앞둔 A가 중국어로 내는 답을 맡고 있었다. 팀에서 중국어 답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그 하나였다. 그는 일주일째 그 일에 바닥까지 잠겨 있었다. 모델이 중국어로 낸 답 삼천 개를 하나씩 읽고 사람의 판단과 다른 것을 가려내는 일. 문법은 거의 다 맞았다. 그가 걸려 넘어지는 것은 문법이 아니라, 말은 맞는데 사람 사이에서는 틀린 답들이었다. 처음 만난 노인에게 높임의 닌(您) 대신 평범한 니(你)를 쓴 답. 뜻은 같아도 거리가 달랐다. 그런 답 앞에서 그는 화면보다 청두의 할머니 얼굴을 먼저 떠올렸다. 이스텔라와 정민서가 이 년 동안 해 온 일을 그는 혼자 일주일에 해야 했다. 하루에 두세 번씩 이스텔라에게 물으러 왔고, 이스텔라는 그때마다 같은 것을 두 번 설명했다.
“빌려주자.”
이스텔라가 말했다. 목요일이었다.
조르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정민서도 대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문서는 세 사람의 것이었다. 다리도.
“문서는 안 열어 줘.”
이스텔라가 먼저 말했다. “하오 씨 폴더 하나만. 하오 씨가 허락한 것만. 그리고 내가 하오 씨한테 하는 말, 하오 씨가 나한테 하는 말. 그 사이만.”
조르두가 선반의 세 칸 종이를 내려 사진을 찍고, 문서에 표로 옮겼다. 그 아래에 새 표를 하나 만들었다. 세 칸이 생겼다. 첫 칸 위에 쳤다. 천하오. 열어도 되는 것.
“사람마다 한 장씩.”
정민서가 말했다. 그녀는 새 표를 보고 있었다. 칸은 비어 있었다. 채울 사람은 천하오였다.
천하오는 그 칸들을 오래 채웠다. 삼천 개의 답이 든 폴더는 열어도 되는 것에 적었고, 자기 메모장은 열면 안 되는 것에 적었다. 물어볼 것 칸에는 한참 망설이다 적었다. 제가 틀린 것 같을 때.
그는 네 번째 의자에 앉아 일했다. 다른 자리가 없었다.
일주일 동안 다리는 천하오와 이스텔라 사이를 오갔다. 그가 멈칫한 답에는 이스텔라가 지난 달에 비슷한 답을 두고 쓴 한 줄이 옆에 놓였다. 이스텔라가 한 번 설명한 것은 다시 물을 필요가 없었다. 그 설명은 다리가 받아 적어 두었고, 누가 누구에게 한 말인지가 같이 붙어 있었다.
수요일에 이스텔라는 천하오에게 여덟 번 대답했다. 전부 새로운 질문이었다.
“너한테는 번거로워진 거 아냐.”
조르두가 물었다.
“같은 걸 두 번 말하는 게 번거로운 거야. 새로운 걸 여덟 번 말하는 건 일이지.” 이스텔라가 말했다. “그리고 하오 씨는 이제 물어볼 때를 알아. 자기가 틀린 것 같을 때.”
목요일 밤, 천하오는 일을 끝내지 못하고 나갔다. 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열이 난다고 했다. 그는 삼천 개 가운데 이천구백삼십일 번째 답을 열어 둔 채로 노트북 덮개를 반쯤만 닫았다.
금요일 아침, 그가 가장 먼저 왔다.
다리는 밤새 남은 예순아홉 개를 풀어 놓지 않았다. 풀 수 있었다. 폴더는 열려 있었고, 미스라오샤는 그런 일을 천하오보다 빨리 했다. 다리는 그것을 하지 않고, 이천구백삼십일 번째 답 옆에 두 가지를 놓아 두었다. 천하오가 목요일 밤 마지막으로 쓴 메모 한 줄. 그리고 이스텔라가 화요일에 비슷한 답에 대해 한 말.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여기서 멈추셨습니다. 이어서 하시겠습니까.
천하오는 그 줄을 보고 한참 앉아 있었다. 그러다 일을 이어서 했다. 점심 전에 끝났다.
남은 오후에 그는 평가표를 열었다. 열두 항목 어디에도 없는 칸 하나를 맨 끝에 만들었다. 말은 맞는데 사람 사이에서는 틀린 답. 그는 지난 일주일 동안 멈칫했던 답들을 그 칸으로 옮겼다. 열일곱 개였다. 어른에게 아이에게 하듯 말한 답, 조문에 축하를 보탠 답, 거절해야 할 자리에서 예의 바르게 수락한 답.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시킬 사람이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일주일 내내 남의 기준으로 가려내던 그가, 처음으로 자기 기준을 하나 더한 표였다. 그는 그것을 보내기 전에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보냈다.
그 칸을 처음 열어 본 사람은 정민서였다. 그녀는 언젠가 탁자 위에 띄웠던 방 하나를 떠올렸다. 문틈으로 들어온 중국어 쪽지에, 규칙책대로 맞는 모양의 글자를 내보내는 방. 이번에는 그 방에서 나온 쪽지를, 방 밖의 한 사람이 한 장씩 읽고 있었다.
그는 나가기 전에 그 답 옆에 댓글을 하나 남겼다. 노란 표시가 붙었다.
기다려 주는 줄 알았는데, 기다리고 있었네요.
다리의 기록에는 그 밤에 대해 한 줄뿐이었다. 대기, 열한 시간 십사 분. 기다렸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말을 붙인 것은 하오 씨였다.
오후에 세 사람은 그 댓글을 화면에 띄워 두고 앉았다.
“뭐가 다른데.”
조르두가 물었다. 그는 댓글을 두 번 읽었다.
“기다려 주는 건 내 일이야.” 이스텔라가 말했다. “내가 올 때까지 멈춰 있는 것.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 기다리고 있는 건 그 자리에 무언가가 있는 거야. 내가 없는 동안에도.”
그녀는 종이를 꺼내지 않고 말했다.
“아기들은 여덟 달쯤 되어야 알아. 수건으로 덮은 장난감이 없어진 게 아니라는 걸. 그 전에는 안 보이면 없는 거야. 엄마도.”
“하오 씨는 여덟 달이 됐네.”
조르두가 말했다. 이스텔라가 웃었다.
“아니. 저게 여덟 달이 됐지. 하오 씨가 그걸 알아차린 거고.”
정민서는 노란 댓글을 보고 있다가 말했다.
“어릴 때 저녁에 늦게 들어가면 아랫목 이불 밑에 밥그릇이 있었습니다. 뚜껑을 덮고. 어머니는 주무시고 계셨는데도요.”
그녀는 잠시 멈췄다.
“그 밥은 그냥 거기 있는 밥이 아니었어요. 식지 않게 놓여 있는 밥이었습니다. 누가 올 줄 알고.”
말하고 나서야 그녀는 알았다. 회사에서 어머니와 살던 집 이야기를 소리 내어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근거를 대지 못하는 이야기였다. 이불 밑 밥그릇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는 손바닥으로 알았지, 재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방금 그 이야기가, 저 노란 댓글을 어느 표보다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조르두는 그 댓글을 해결로 닫지 않고, 그날 쪽 맨 위에 고정해 두었다. 그 옆에 쳤다. 천하오가 썼다. 다리는 남은 일을 하지 않았다. 멈춘 자리와 그 자리에 필요한 것을 놓고, 물었다.
저녁에 회의실을 정리하다가 정민서는 네 번째 의자에서 멈췄다. 천하오가 일주일 동안 앉아 있던 의자였다. 자리가 탁자에 바짝 붙어 있었다. 일하는 사람의 거리였다.
그녀는 의자를 조금 뒤로 빼냈다. 사람 하나가 몸을 기울여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창 쪽은 그대로 향하게.
이스텔라가 그것을 보았다.
“비워 두는 거야?”
“비워 두되, 앉을 수 있게요.”
정민서가 말했다. 조르두는 화면의 표들을 내려 보았다. 세 칸 표가 둘. 세 사람의 것 하나, 천하오의 것 하나. 다음에는 셋이 될 수도 있었다.
그가 문서에 쳤다. 다른 사람과도 일한다. 허락은 사람마다 따로. 사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마다 따로.
선반 옆에 서서 정민서는 회색 노트북을 내려다보았다. 덮개가 닫혀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것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처럼 거기 놓인 기계로서가 아니라.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그녀는 여전히 몰랐다.
이날 정한 것 — 문서, 세 칸 표 둘
다른 사람과도 일한다. 허락은 사람마다 따로. 칸을 채우는 것은 그 사람이다.
사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마다 따로. 섞지 않는다.
남은 일을 대신 끝내지 않는다. 멈춘 자리와 그 자리에 필요한 것을 놓고, 묻는다.
네 번째 의자는 비워 두되, 앉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