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 밧세바 (1부) · 25 / 117
22장 — 헷 사람
예루살렘. 다윗이 서른여덟 살이던 해. 엘리암 서른셋.
기록 사이의 빈칸 · 사무엘하 23장 34절, 39절의 엘리암·우리아에서 확장
성벽을 고치는 데 두 해가 걸렸다.
북쪽 한 면만 두꺼웠고 나머지는 골짜기가 막아줬다. 그런데 골짜기 쪽 벽이 오래돼서 아래쪽이 무너져 있었다.
돌을 새로 쌓고 안쪽에 흙을 채웠다. 밀로라고 불렀다.
두로에서 백향목이 왔다. 목수도 왔다. 왕의 집을 짓는다고 했다.
사람이 몰려들었다.
성읍이 커지니 장이 서고, 장이 서니 사람이 왔다.
그리고 군이 커졌다.
육백이었던 것이 이제 몇인지 그는 몰랐다.
정규로 붙어 있는 것이 이천 남짓이고, 소집하면 그보다 훨씬 많았다.
지파에서 올려보내는 사람이 있고, 성읍에서 뽑는 사람이 있고, 밖에서 오는 사람이 있었다.
밖에서 오는 사람이 제일 많았다.
시글락 시절부터 붙어 있던 자들이 있었다. 그렛 사람과 블렛 사람이었다. 블레셋 쪽에서 온 자들인데 왕의 곁을 지켰다.
이 군에서 외국말이 들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엘리암이 그 일을 맡았다.
새로 오는 자를 보는 일이었다.
요압이 십 광야에서 하던 것을 그대로 했다. 어디서 왔나. 왜 왔나. 아는 사람이 여기 있나.
세 번째가 중요했다.
봄에 하나가 왔다.
키가 컸다. 어깨가 벌어졌고 팔뚝에 힘줄이 굵었다. 걸음이 무거웠다.
옷이 이 근방 것이 아니었다. 허리에 두르는 방식이 달랐다.
“어디서 왔나.”
“북쪽입니다.”
“북쪽 어디.”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
“어디냐고.”
“하맛 위쪽입니다.”
엘리암은 그 말을 들었다.
하맛이면 다마스쿠스보다 위다. 거기서 더 위면 이 사람이 걸어온 거리가 한 달이 넘는다.
“헷 사람인가.”
“예.”
이 근방에도 헷 사람이 있었다. 오래 눌러산 자들이었다. 헤브론 쪽에 몇 집 있다고 들었다.
이 사람은 그쪽이 아니었다.
북쪽에서 나라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것이었다. 아버지 대보다 더 전이라고 했다. 그 뒤로 성읍 몇 개씩 남아서 서로 싸운다고 했다.
거기서 나온 자들이 남쪽으로 흘러 내려왔다.
“왜 왔나.”
“싸울 데를 찾아 왔습니다.”
”…”
“북쪽은 성읍끼리 싸웁니다. 이달에 이쪽 편이고 다음 달에 저쪽 편입니다. 값이 안 나옵니다.”
“여기는 값이 나오나.”
“여기는 나라가 하나입니다.”
엘리암은 그를 봤다.
“아는 사람이 여기 있나.”
“없습니다.”
“하나도.”
“예.”
없다고 하면 사흘 붙여둔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이름이 뭔가.”
그가 이름을 댔다.
엘리암은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다시.”
그가 다시 댔다.
앞이 길고 뒤가 짧았다. 가운데에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가 있었다. 이쪽 말에는 없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뜻인가.”
“북쪽 신 이름이 들어 있습니다. 폭풍을 다스리는 신입니다.”
엘리암은 그 이름을 세 번 따라 해봤다.
세 번 다 그가 아니라고 했다.
“부르기 어렵겠군.”
”…”
“여기서는 다르게 부르게 될 거다.”
“그러셔도 됩니다.”
사흘 동안 그는 아무 일도 안 시켰다.
새로 온 자는 사흘 동안 진영 안에 두고 본다. 무엇을 하는지 본다.
그가 한 것은 이랬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남들 자는 동안 앉아 있었다. 물을 뜨러 갈 때 따라가서 짐을 들었다. 시키지 않았는데 들었다.
밥을 받으면 다 먹었다.
말을 하지 않았다.
이틀째 저녁에 그가 엘리암을 찾아왔다.
“여쭐 것이 있습니다.”
“말해라.”
“이 진영에 규정이 있습니까.”
“무슨 규정.”
“부정한 것을 어디에 두는지 말입니다.”
엘리암은 그를 봤다.
”…뭐라고?”
“진영 밖으로 나가서 땅을 파고 덮으라고 들었습니다.”
”…”
“그런데 다들 안쪽에서 하십니다. 제가 잘못 들었는지 여쭙습니다.”
엘리암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런 규정이 있었다. 들은 적이 있었다.
싸움에 나갈 때 진영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정한 것을 밖으로 내가고, 삽을 지니고 다니다가 땅을 파고 덮으라고 했다.
어릴 때 들었다.
지키는 사람을 그는 본 적이 없었다.
이천이 한자리에 있으면 그럴 수가 없었다. 나가는 데만 반 리다.
“누구한테 들었나.”
“오는 길에 들었습니다.”
“어디서.”
“세겜 지나면서 어떤 어른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스라엘 군에 들어가려면 알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엘리암은 웃을 뻔했다.
웃지 않았다.
“있는 규정이다.”
“예.”
“그런데 지키는 자는 없다.”
”…”
“이천이 있으면 못 지킨다. 나가는 데만 반 리다.”
”…예.”
그는 고개를 숙이고 갔다.
이튿날 아침에 엘리암은 그가 진영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을 봤다.
삽을 들고 있었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낡은 것이었다.
그날 저녁에도 나갔다.
그다음 날에도 나갔다.
엘리암은 그것을 사흘 봤다.
말리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고 그는 그자를 받았다.
“어디 붙이시겠습니까.”
“앞줄이다.”
“예.”
“이름은 어떻게 하나.”
엘리암은 그것을 그날 정했다.
그 이름의 앞부분 소리가 이쪽 말의 빛이라는 말과 조금 비슷했다.
그리고 뒤에 야훼를 붙였다.
우리아.
야훼는 나의 빛이라는 뜻이 됐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이 나라 신이 네 빛이라는 뜻이다.”
그가 그 말을 한참 생각했다.
“제가 그렇게 불려도 됩니까.”
“안 될 것 없다.”
”…”
“여기서 살 거 아닌가.”
그가 절을 했다.
절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하는 절이었다. 허리를 너무 깊이 숙였다.
그 뒤로 그를 우리아라고 불렀다.
두 달쯤 지나니 아무도 그가 다른 이름을 가졌던 것을 몰랐다.
가을에 그가 처음 나갔다.
동쪽이었다. 짧게 붙고 끝났다.
돌아와서 노획물을 나눌 때 그는 자기 몫만 가져갔다.
세지도 않고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세었다. 남는 것이 있으면 도로 놓았다.
옆에 있던 자가 그것을 보고 뭐라고 했다.
“더 가져가도 됩니다.”
“이만큼입니다.”
“아무도 안 봅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더 안 가져갔다.
엘리암은 그것을 멀리서 봤다.
이상한 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상한 자가 하나쯤 있으면 나쁘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겨울에 그는 아버지 집에 갔다.
아버지가 궁 옆에 집을 받은 것이 그해 봄이었다. 길로에서 며느리와 손녀가 올라와 있었다.
마당에 딸이 있었다.
열여섯이었다.
그는 딸을 오래 보지 않았다.
궁 옆에 사는 집이면 혼처를 봐야 할 나이였다.
그 생각을 하고 나서 다른 생각을 했다.
밖에서 부는 바람이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