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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0장 — 고립"
work: "원경왕후 민씨 — 칼과 피와 글의 나라"
part: "Part 2"
chapter: 23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wongyeong/23/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6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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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장 — 고립

*시점: 민씨. 1415–1420년, 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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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회가 잡힌 것은 봄이었다.

무휼이 잡힌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둘이 함께가 아니었다. 따로였다. 한 명이 잡히고. 숨을 고르고. 또 한 명이 잡혔다. 그 사이에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이 더 힘들었다. 끝을 알면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무구 오빠. 무질 오빠. 그리고 무회. 무휼.

넷이었다.

주상은 넷을 모두 없앴다.

한꺼번에 하지 않았다. 순서가 있었다. 한 명씩이었다. 그 사이에 시간을 줬다. 내가 무너지지 않을 만큼씩. 그것이 이 사람의 방식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된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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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이 마지막이었다.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주상에게 가지 않았다.

전에는 갔다. 무구 오빠 때도 갔다. 무질 오빠 때도 갔다. 죄목을 물었다. 증거를 물었다. 말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갔다.

이번에는 가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전에도 말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것을 알면서 가는 것이 더 이상 되지 않았다.

방에 앉았다.

오래 앉아 있었다.

무구. 무질. 무회. 무휼.

나는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렀다. 소리 내지 않고. 입 안에서만. 이 이름들이 이제 내 안에만 있었다. 내가 죽으면 이 이름들을 이렇게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날 밤 병장기를 꺼낸 것이 나였다. 전갈을 보낸 것이 나였다. 정도전의 갓과 칼이 들어오던 새벽을 본 것이 나였다.

그 새벽이 이 이름들 끝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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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 없어지고 나서 여흥 민씨가 어떤 것인지 알았다.

이름이었다. 아직 이름은 있었다. 내가 왕비이니까 민씨 가문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실질이 없었다. 아버지가 없었다. 오빠들이 없었다. 내 뒤에 아무것도 없었다.

주상의 뒤에는 나라가 있었다.

내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고립이었다.

외로운 것과 달랐다. 외로운 것은 감정이었다. 고립은 구조였다. 내가 어떤 감정을 갖든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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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관이 왔다.

후궁 효빈 김씨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원래 누구였는지도 알고 있었다. 내 처소에 있던 아이였다. 내 곁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아이였다. 내가 이름을 불러줬던 아이였다.

그 아이의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러 갔다.

직접 갔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말릴 수 없는 얼굴이었을 것이었다.

효빈이 나를 봤다. 일어나 절을 했다. 배가 불러 움직임이 느렸다.

나는 그 배를 봤다.

내 처소에 있던 아이. 내가 불러줬던 이름. 그 몸에 주상의 아이가 있었다. 내 곁에 있던 사람이 주상의 곁으로 갔다. 주상이 그렇게 골랐다.

우연이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내가 아는 사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영역 안에서 내 권위를 해체하는 방법. 이것이 칼을 쓰지 않는 방법이었다. 이 사람은 이것도 알고 있었다.

열여섯에 우리 집 마당을 걸어 들어오던 그 아이가.

나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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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주상과 자주 부딪혔다.

나도 알았다. 이것이 어리석은 싸움이라는 것을. 이기지 못하는 싸움이라는 것을. 이기더라도 이기지 못하는 싸움이라는 것을.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오빠들을 잃었다. 아버지를 잃었다. 내 처소의 아이가 주상의 후궁이 됐다. 그 비어있는 자리들에서 멈추는 것이 되지 않았다. 몸이 알기 전에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어느 날 주상이 말했다.

"왕비 자리를 걸고 그러는 것이오."

낮고 평평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주상을 봤다.

이 사람의 얼굴을 오래 봤다. 열여섯이었던 얼굴이 있었다. 아버지 서재에서 낡은 책과 새 책을 나란히 놓던 손이 있었다. 혼인날 긴장을 감추려던 웃음이 있었다. 자는 척하던 밤들이 있었다. 갑옷 입히던 날이 있었다. 정도전의 갓을 들고 오던 새벽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얼굴 위에 있었다.

"내려놓으십시오."

내가 말했다.

주상이 나를 봤다.

"걸 것도 없습니다. 이미 다 드렸습니다."

주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빠들도 드렸습니다. 아버지도 드렸습니다. 처소의 아이들도 드렸습니다. 왕비 자리도 드리십시오. 드릴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떨려야 했는데 떨리지 않았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무서운 것이 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래도 내가 가진 것이 있습니다."

주상이 나를 봤다.

"충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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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침묵이 있었다.

주상이 먼저 눈을 거뒀다.

그것이 전부였다. 더 말하지 않았다. 나도 더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각자 아는 것들을 안고 같은 방에 있었다.

그것이 우리였다.

오래 그것이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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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녕이 들어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

열일곱이었다. 키가 자랐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런데 눈이 같았다. 어릴 때부터 같은 눈이었다. 무언가를 보면 끝까지 보는 눈.

책을 들고 있었다. 언제나 책을 들고 있었다.

"어머니."

"들어오너라."

충녕이 들어와서 내 옆에 앉았다.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있었다. 그것이 이 아이의 방식이었다. 말하지 않고 옆에 있었다. 그것이 때로 말보다 무거웠다.

한참 있다가 충녕이 말했다.

"외삼촌들 생각이 나십니까."

나는 그 아이를 봤다.

"난다."

"저도 납니다."

충녕이 창밖을 봤다.

"무회 외삼촌이 저한테 말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잘 타지 못하는데 무섭다고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무서워도 티내지 말라고."

나는 그것을 몰랐다.

무회가 그랬다는 것을 몰랐다. 충녕에게 그런 것을 가르쳤다는 것을. 무회가 그런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무서워도 티내지 않느냐."

충녕이 잠깐 있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무서운 것이 별로 없어서요."

무서운 것이 별로 없다. 이 아이는 허세를 부리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러면 사실이었다.

왜인지는 몰랐다.

아직 몰라서인지. 아니면 그렇게 생긴 것인지.

나는 그 아이의 옆얼굴을 봤다.

무회가 이 아이에게 남긴 것이 있었다. 이 아이 안에 무회가 있었다. 없어진 것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어딘가에 남았다.

그것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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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녕이 폐세자가 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였다.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히 했다. 주상에게 말했다. 양녕도 내 아들이었다. 그 아이를 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주상이 말했다.

"양녕이 원하는 것이 왕이 아닌 것 같소."

"어머니가 원한다고 왕이 되는 것도 아니고."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양녕은 왕이 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오래전부터 그 아이는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모른 척했다. 달라질 것 같아서.

달라지지 않았다.

"충녕으로 하겠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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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녕이 세자가 됐다.

그 아이에게 갔다.

충녕은 앉아 있었다. 책이 없었다. 처음으로 충녕이 책 없이 앉아 있는 것을 봤다.

"세자가 됐구나."

"예."

"어떻느냐."

충녕이 잠깐 있었다.

"무겁습니다."

무겁다고 했다. 기쁘다고 하지 않았다.

"무엇이 무겁냐."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아버지가 어떻게 이 나라를 만들었는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켰는지. 외삼촌들 일도. 그런 것들이 무겁습니다. 모르는데 이어받아야 하는 것들이요."

나는 그 아이를 오래 봤다.

알면서 받는 것이었다.

알면서 받는 것과 모르고 받는 것은 달랐다.

"무거워야 한다."

충녕이 나를 봤다.

"가벼운 사람이 이것을 받으면 안 된다. 무거워야 한다."

충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없었다. 그냥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어릴 때 충녕이 옆에 앉아 있던 것과 같았다. 말하지 않고 받는 것. 그것이 이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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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이 양위를 말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였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주상을 봤다. 이 사람이 늙어 있었다. 언제 이렇게 됐는지 몰랐다. 나도 늙었을 것이었다. 거울을 자주 보지 않았다.

"일찍 물려주는 것입니까."

"충녕이 준비됐소."

"당신은요."

주상이 나를 봤다.

"나는 오래 했소."

오래 했다는 말. 지쳤다는 말인지. 충분하다는 말인지. 이 사람은 그런 말을 돌려서 했다. 오래된 방식이었다.

"후회합니까."

내가 물었다.

"무엇을."

"다."

주상이 잠깐 있었다.

"후회할 시간이 없었소."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었다. 후회할 시간이 없었다는 말이었다. 그 두 가지가 달랐다. 이 사람은 그것을 알면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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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녕이 즉위했다.

나는 그날 먼 자리에 있었다. 즉위식을 봤다. 그 아이가 왕의 자리에 앉는 것을 봤다.

아버지가 처음 남편을 봤을 때를 생각했다. 성균관에서 데려온 열여섯 살 아이. 아버지가 어디까지 갈지 몰랐다고 했다. 나도 몰랐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

충녕도 몰랐다. 어디까지 갈지.

그런데 보면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아이는 다를 것이었다. 칼로 만든 것을 이 아이는 다른 것으로 만들 것이었다. 무엇인지 아직 몰랐다. 그러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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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혼자 앉았다.

아버지가 없었다. 오빠들이 없었다. 주상은 물러났다. 양녕은 멀리 있었다.

가진 것을 세면 적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비어있지 않았다.

충녕이 저 자리에 있었다. 내가 낳은 아이였다. 무거운 것을 아는 아이였다. 무회 외삼촌에게 말 타는 법을 배운 아이였다. 그 아이가 저 자리에 있었다.

잃은 것이 많았다.

잃은 것과 함께 남은 것이 있었다.

그 둘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 없어지지 않고 같이 있었다.

아버지가 물었다. 잘 살고 있느냐고.

나는 그 질문에 이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없었다.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대답이 생긴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누가 듣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