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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3장 — 세자"
work: "원경왕후 민씨 — 칼과 피와 글의 나라"
part: "Part 2"
chapter: 16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wongyeong/16/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6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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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 세자

*시점: 이방원. 1392년 말–1394년, 개경·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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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은 열 살이었다.

내가 처음 그 아이를 세자로 본 날, 아이는 아버지 옆에 앉아 있었다. 작았다. 아직 몸이 그 자리에 맞지 않았다. 곤룡포가 컸다. 그것을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옷이 아이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것과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후자였다. 생각이 들어왔다. 막았다. 들어왔다. 막았다. 그 사이 절을 했다. 형식이 나를 도왔다. 형식이 있으면 몸이 할 일을 안다. 몸이 움직이는 동안 생각을 막을 수 있다.

세자저하.

그 말이 입에서 나왔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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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말을 천천히 몰았다.

빠르게 가고 싶지 않았다. 빠르게 가면 생각이 따라왔다. 천천히 가면 생각이 앞에 가 있었다. 생각을 따라가는 편이 나았다. 뒤에서 쫓기는 것보다.

정도전이 밀었다.

처음에는 배극렴·조준이 장자 혹은 공이 많은 자를 세우라고 했다고 들었다. 장자는 방우 형이었다. 공이 많은 자는. 나는 그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아버지가 방석을 골랐다.

강씨의 아들. 계비의 막내. 아버지가 사랑하는 여자의 아들. 그것이 이유였다. 이유가 그것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틀렸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맞았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아버지는 전장에서는 이유를 따졌다. 감정으로 군사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가족 앞에서는 달랐다. 강씨를 사랑했다. 강씨가 원하는 것을 줬다. 강씨가 죽으면 그것이 달라질 것이었다. 그런데 강씨는 아직 살아 있었다.

말이 걸음을 옮겼다.

나는 말의 목을 봤다. 움직이는 근육. 이 짐승은 생각하지 않는다. 걷는다. 그것이 전부다. 나는 가끔 그것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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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씨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민씨는 알고 있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때로 편하고 때로 불편했다. 오늘은 편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그날 밤 민씨가 먼저 잠든 척을 했다.

나는 알았다. 민씨가 자는 척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자는 척을 했다. 두 사람이 각자 깨어 있으면서 각자 자는 척을 했다. 그것이 이상하게 편안했다. 혼자 깨어 있는 것보다. 같이 깨어 있다는 것을 서로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이.

새벽에 나는 일어나 앉았다.

창으로 빛이 들어오기 전이었다. 가장 어두운 시각이었다. 나는 그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반대할 수 없었다. 아버지 앞에서 세자 결정에 반대하는 것은 반역이었다. 아직 그 힘이 없었다. 힘 없이 말하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소리였다. 소리는 사라진다.

정도전과 싸울 수 없었다.

정도전은 아버지의 말이었다. 아버지의 힘과 정도전의 말이 합쳐진 것이 지금 이 나라였다. 그 합을 정면으로 치는 것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은 어리석음이었다.

나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인가.

나는 어둠 속에서 그 질문을 오래 갖고 있었다.

기다리는 것이었다.

무엇이 무너지기를. 구조는 언제나 약한 곳이 있다. 정도전의 설계도 약한 곳이 있었다. 재상이 중심이 되는 나라는 재상이 강해야 한다. 재상이 약해지면 구조가 흔들린다. 왕이 약해도 흔들린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전제로 설계했다. 이성계가 달라지면 설계가 달라진다.

강씨가 있는 한 아버지는 방석을 지킬 것이었다.

강씨가 없어지면.

나는 그 생각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했다.

새벽 어둠 속에서 했다. 했다는 것을 기억에서 지우려 했다.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누웠다.

민씨의 숨소리가 고른 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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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으로 옮기고 나서 나는 조용히 지냈다.

의흥삼군부에서 일을 맡았다. 군사 업무였다. 아버지의 군사 조직이었다. 거기서 나는 사람을 봤다. 어떤 사람이 어디 있는지. 누가 누구를 따르는지. 병력이 어떻게 흐르는지.

조용히 봤다. 말하지 않았다. 기록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쌓았다.

정도전이 사병혁파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왕자들과 종친들이 가진 사병을 국가로 흡수하겠다는 것.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정도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인했다. 예상한 방향이었다.

그가 옳았다.

제도로 보면 옳았다. 왕자가 사병을 가지면 왕권이 분산된다. 국가가 군사를 통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맞는 말이 나를 죽일 수 있었다.

맞는 말이 나를 죽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정도전 앞에서 느끼는 것이었다. 그는 구조가 옳으면 사람이 거기 맞춰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달랐다. 사람이 먼저 있고 구조는 그 다음이었다. 사람을 구조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사람에 맞추는 것.

우리는 그 지점에서 끝까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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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년 가을, 강씨가 죽었다.

나는 그 소식을 들었다.

조문을 갔다. 형식을 갖췄다. 아버지는 무너진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옆에서 고개를 숙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씨가 나를 봤다. 나는 민씨를 보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 앉았다.

강씨가 죽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여는지 알았다. 알면서 기뻐하지 않았다. 기뻐할 수 없었다. 사람이 죽은 것이었다. 아버지가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죽음이 내게 무언가를 열어줬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이었다.

나는 그것을 같이 안고 앉아 있었다.

어둠이 왔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계속 앉아 있었다. 밖에서 민씨가 저녁상을 차리는 소리가 났다. 아이가 우는 소리가 났다. 집이 살아있었다.

그 소리들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제 움직여야 한다.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 끝이 올 때, 나는 준비가 돼 있어야 했다.

민씨가 문을 열었다.

"진지 드세요."

나는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