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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2장 — 논공행상"
work: "원경왕후 민씨 — 칼과 피와 글의 나라"
part: "Part 2"
chapter: 15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wongyeong/15/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6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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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 논공행상

*시점: 민씨. 1392년 가을, 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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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이 나왔다는 말을 들은 것은 아침이었다.

부엌에서 들었다. 하인이 바깥에서 들어오며 말했다. 공신 명단이 붙었다고. 개국공신이 정해졌다고. 나는 듣고 계속 일을 했다. 국을 보고 있었다. 불이 고른지 확인했다.

손이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속은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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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들어온 것은 낮이 기울 무렵이었다.

걸음은 평소와 같았다. 목소리도 평소와 같았다. 밥을 달랬다. 나는 상을 차렸다. 마주 앉았다. 그가 먹었다. 나도 먹었다.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남편의 손을 봤다. 숟가락을 쥔 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밥을 먹는 손이었다. 그런데 그 평온함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10년을 같이 살았다. 이 사람이 어떨 때 평온하고 어떨 때 평온한 척하는지를.

지금은 평온한 척이었다.

나는 묻지 않았다. 말할 준비가 됐을 때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 전에 건드리면 닫혔다.

밥이 끝났다. 상을 치웠다. 남편은 마당 쪽을 봤다. 아무것도 없는 마당이었다.

"공신 명단이 나왔소."

내가 들었다는 것을 그는 알았을 것이다. 그래도 말했다.

"들었습니다."

"정안군으로 봉해졌소."

나는 그를 봤다.

정안군. 군호였다. 왕자에게 주는 봉호였다. 공신이 아니었다. 왕실 종친은 공신에 책록하지 않는다는 원칙. 정도전이 설계한 원칙이었다.

"축하합니다."

내가 말했다.

남편이 나를 봤다. 한 박자가 있었다.

"그렇소."

그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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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먼저 잠든 척했다.

숨소리가 고른지 확인했다. 고르지 않았다. 자는 척이었다. 나도 자는 척을 했다. 두 사람이 각자 자는 척을 하면서 같은 천장을 봤다.

나는 생각했다.

정몽주를 죽인 것이 이 사람이었다. 시아버지가 말리던 것을 남편이 했다. 그 결단이 없었으면 조선이 없었을지 몰랐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그런데 명단에 없었다.

원칙이었다. 원칙이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원칙을 설계한 것이 정도전이었다. 정도전이 설계한 나라에서 남편의 자리는 어디였나. 왕자였다. 물러나 있어야 했다. 정무에 관여하지 않아야 했다. 사병은 국가로 흡수될 것이었다.

정안군.

정안군 이방원.

시아버지의 아들. 그것이 이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정몽주를 죽인 손으로, 이 나라가 열리는 것을 본 눈으로, 열여섯에 우리 집 마당을 걸어 들어오던 그 걸음으로 — 여기까지 온 사람이 받은 것이 그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도전.

그 이름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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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아버지를 찾아갔다.

민제는 서재에 있었다. 나를 보고 차를 내왔다. 아버지는 먼저 말하지 않았다. 나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차를 마셨다. 바깥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공신 명단 봤느냐."

"봤습니다."

"남편이 뭐라 하던가."

"아무 말 안 했습니다."

아버지가 차잔을 내려놓았다.

"그게 더 나쁘다."

나는 아버지를 봤다.

더 나쁘다. 맞았다. 말을 하면 어디서 막히는지 보인다. 말을 하지 않으면 어디까지 가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남편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자는 척을 했다. 그 자는 척 뒤에 무엇이 쌓이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

"응."

"정도전이라는 사람."

아버지가 나를 봤다.

"그 사람의 설계에서 남편의 자리가 없습니다."

"있다. 왕자의 자리가 있지."

"왕자의 자리를 남편이 받겠습니까."

아버지가 창밖을 봤다. 오래 봤다.

"정도전이 설계한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못 된다."

"그러면요."

"그러면 정도전의 나라가 아닌 나라를 만들어야지."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차가 식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마시지 않고 봤다.

정도전의 나라가 아닌 나라. 그것을 만들려면 정도전을 어떻게 해야 했다. 아버지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이 이 서재 안에 있었다.

"갈 것 같습니까, 남편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대답이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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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을 걸으면서 생각이 모였다.

이 나라가 생긴 것에 남편의 손이 닿아 있었다. 정몽주가 죽은 것이 그 손이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런데 명단에는 없었다.

정도전이 만든 원칙이 그것을 막았다.

나는 그 이름 앞에서 멈추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 설계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나라가 제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왕자가 권력을 나눠 가지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것, 그것이 옳았다. 고려가 왜 무너졌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옳은 설계가 남편을 지우고 있었다.

남편이 정몽주를 죽이던 날 나는 알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을 한다는 것을. 그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내가 원했다. 남편이 머뭇거릴 때 내가 먼저 봤다. 이렇게 가야 한다고. 이 방향이 맞다고.

그 방향의 끝에 정도전의 설계가 있었다.

남편의 이름이 없는 명단이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안에서 무언가가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정도전.

처음으로 그 이름이 다르게 들렸다. 옳은 사람. 옳기 때문에 위험한 사람. 그 옳음이 남편을 이렇게 만든다면 — 나는 그 옳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집 대문이 보였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