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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편 1장 — 개성, 민제의 집. 1382년 가을."
work: "원경왕후 민씨 — 칼과 피와 글의 나라"
part: "Part 1"
chapter: 1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wongyeong/01/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6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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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1장 — 개성, 민제의 집. 1382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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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는 열여덟이었다.

아버지가 데려온 건 아니었다. 그쪽 집안에서 먼저 사람을 보냈고, 아버지가 허락했고, 어머니가 음식을 준비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집 안이 조용히 분주해지는 방식이 달랐다. 명절도 아니고, 제사도 아닌데 어머니가 마루를 닦았다.

나는 안채 창 너머로 마당을 보았다.

늦가을이었다. 국화가 아직 피어 있었다.

그가 대문 안으로 들어왔을 때, 솔직히 말하면 첫 번째로 본 것은 얼굴이 아니었다. 걸음이었다. 개경 사람의 걸음이 아니었다. 무게가 달랐다. 발이 땅을 조심스럽게 누르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며 디뎠다. 넓은 곳을 오래 다닌 사람의 걸음.

열여섯이라고 했다.

나보다 두 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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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우리 집에 며칠을 묵는 동안,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아버지 사랑채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침에 들어가서 저녁에 나왔다. 밥은 가져다줬고, 그때마다 상을 받는 인사가 반듯했다. 종들이 돌아오면서 그 얘기를 했다. 반듯하다고.

나는 그게 신기했다. 시골에서 온 무관 집안 아들이 왜 반듯한가.

사흘째 되던 날 저녁,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서재에 들어가니 그가 있었다.

아버지는 내게 차를 내오라고 했다. 내가 차를 가져왔을 때, 그는 책을 보고 있었다. 논어였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책등을 보았다. 아버지 서재에 있는 논어 중에서 가장 낡은 판본이었다. 주석이 두껍게 달린 것.

그가 고맙다고 했다.

나는 나가려다 멈췄다.

왜 멈췄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멈췄다.

"그 책은 주석이 오래된 겁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새 판본이 아버지 서재 왼쪽 두 번째 칸에 있어요. 그걸 보시는 게 낫습니다."

그는 잠깐 나를 보았다. 그러고는 일어나서 내가 말한 칸으로 갔다. 책을 꺼내서 펼쳤다. 두 권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아버지가 웃었다.

나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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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걷는데 귀가 조금 뜨거웠다.

열여섯. 두 살 어리다. 그런데 눈이 그렇지 않았다. 책을 보는 눈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마음에 걸렸다.

좋은 의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