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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5장 — 1204년 봄. 톨루이"
work: "소르카크타니 베키 — 기다린 여자"
part: "본문"
chapter: 6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sorghaghtani/06/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6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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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 — 1204년 봄. 톨루이

다음 날 아침.

소르카크타니는 일찍 일어났다.

잠을 많이 자지 못했다. 그런데 — 무겁지 않았다. 밤새 울었기 때문이었다. 울고 나면 가벼웠다. 그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게르 밖으로 나왔다.

봄 아침이었다. 바람이 차가웠다. 그런데 빛이 있었다. 낮고 긴 빛이었다. 초원 위로 누운 빛이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흙 냄새. 말 냄새. 아침 연기 냄새.

케레이트의 냄새가 아니었다. 달랐다. 그런데 — 나쁘지 않았다.

여기가 내 자리다.

어젯밤에 생각한 것이었다. 아침에 다시 생각했다. 같았다.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가 내 자리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소년이 있었다.

말 옆에 있었다. 혼자였다. 말의 다리를 살피고 있었다. 손으로 다리를 쓸어내리면서. 무릎 아래를 눌러보면서. 집중하고 있었다.

소르카크타니는 멀리서 보았다.

어제 말 위에 있던 소년이었다. 이쪽을 보던. 두렵지 않은 눈을 가진.

오늘은 말 옆에 있었다. 말과 같은 눈높이로 쪼그려 앉아서. 갑옷이 없었다. 두꺼운 옷이었다. 평범했다. 어제의 그 소년과 같은 사람인지 한 번 더 보아야 할 것 같았다.

같은 사람이었다.

눈이 같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소르카크타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제처럼이었다.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소르카크타니도 거두지 않았다.

소년이 일어섰다.

키가 컸다. 열두 살치고는. 팔다리가 길었다.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말 옆에서 일어나는 것이 —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가까이 왔다.

소르카크타니는 기다렸다.

소년이 멈췄다. 적당한 거리에서.

둘이 마주 보았다.

먼저 말한 것은 소년이었다.

“어제 봤다.”

“나도 봤다.”

소년이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위아래로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 보는 것이었다. 무엇이 있는지 보는 눈이었다.

“무섭지 않냐.”

뜬금없었다. 그런데 — 뜬금없지 않았다.

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늘 낯선 곳에 있었다. 무섭지 않냐고 묻는 것이 — 당연한 것이었다.

소르카크타니는 잠깐 생각했다.

“무섭다.”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에 무서웠다.”

“무엇이.”

“모든 것이.”

소르카크타니는 그 말을 들었다.

칭기즈칸의 아들이었다. 제국을 세우고 있는 사람의 아들이었다. 그런데 처음에 무서웠다고 했다.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소년이 말 쪽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 다리를 살피던 말을.

“지금은 — 할 것이 있으니까 괜찮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것이 첫 대화였다.

길지 않았다. 깊지 않았다.

그런데 — 소르카크타니는 그 대화를 오래 기억했다. 평생 기억했다.

할 것이 있으니까 괜찮다.

그 말이 — 뼈 안으로 들어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결혼은 그해 가을이었다.

크지 않았다. 조용했다. 케레이트가 이미 없었다. 친정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소르카크타니는 톨루이 옆에 앉았다.

톨루이는 앞을 보고 있었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 소르카크타니도 앞을 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톨루이가 낮게 말했다.

아무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

“괜찮냐.”

소르카크타니는 앞을 보면서 말했다.

“괜찮다.”

톨루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옆에서 느껴졌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함께 사는 것은 — 처음엔 낯설었다.

톨루이는 말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 있었다. 자리에 있었다. 게르 안에 있었다. 말을 돌볼 때 있었다. 아침에 있었다. 저녁에 있었다.

있다는 것이 — 처음엔 어색했다.

케레이트에서는 언니들이 있었다. 어머니가 있었다. 아버지가 있었다. 그런데 — 그들은 지금 없었다.

톨루이가 있었다.

달랐다. 언니들과 달랐다. 어머니와 달랐다. 아버지와 달랐다.

그런데 —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있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한 달이 걸렸다. 두 달이 걸렸다. 그리고 어느 날 — 당연해졌다.

톨루이가 없으면 이상한 것이 됐다.

그것을 알았을 때 소르카크타니는 잠깐 멈췄다.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었다. 조용히 된 것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톨루이는 전장에 자주 나갔다.

칭기즈칸의 막내아들이었다. 가장 많이 싸웠다. 가장 멀리 갔다. 가장 오래 없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 읽었다. 사람들을 읽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들었다. 문서를 읽었다. 모르는 척하면서 읽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대로.

그리고 톨루이가 돌아오면 — 들었다.

전장 이야기였다. 어디서 싸웠는지. 어떤 지형이었는지. 적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아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톨루이는 말하면서 — 손을 움직였다. 땅 위에 그렸다. 흙 위에 손가락으로. 지형을. 진형을. 이동 경로를.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 물었다.

“여기서 왜 이쪽으로 갔습니까.”

톨루이가 보았다.

“바람 때문이었다. 바람이 이쪽으로 불었다.”

“그러면 저쪽은.”

“저쪽은 적이 먼저 알았을 것이다.”

소르카크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톨루이가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이상한 눈으로. 처음 보는 눈으로.

“어떻게 알았냐.”

“몰랐다. 물어본 것이다.”

톨루이가 잠깐 있다가 — 다시 흙 위에 그렸다.

“다시 보면.”

그것이 시작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복기가 시작됐다.

톨루이가 이야기를 가져왔다. 소르카크타니가 물었다. 톨루이가 대답했다. 소르카크타니가 또 물었다. 그러다 보면 — 톨루이 자신도 몰랐던 것이 나왔다.

왜 그렇게 했는가. 다른 방법은 없었는가. 만약 이렇게 했다면.

톨루이는 처음엔 이상하게 봤다. 아내가 전장을 묻는 것이. 그런데 — 대답하다 보니 자신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어느 날 톨루이가 말했다.

“너와 이야기하고 나면 — 다음 전장이 보인다.”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 무거웠다. 좋은 무게였다. 동지의 무게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오고데이가 있었다.

가끔 왔다. 형이었다. 톨루이의. 웃음이 많았다. 술을 좋아했다. 사람들이 좋아했다.

오고데이가 왔을 때 소르카크타니는 옆에 앉아서 들었다.

형제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웃음이 많은 자리였다. 그런데 소르카크타니는 들으면서 — 다른 것을 보았다.

오고데이가 톨루이를 보는 눈을.

웃으면서도 — 재고 있었다. 저울질하고 있었다. 동생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힘이 있는지.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보았다.

모르는 척했다.

그런데 — 보았다.

오고데이는 영리했다. 그리고 — 알고 있었다. 톨루이의 지혜가 어디서 나오는지.

한 번은 오고데이가 소르카크타니에게 말했다. 자리를 파하면서. 가볍게. 웃으면서.

“제수씨가 있으니 톨루이가 강하구나.”

소르카크타니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저 이야기를 들을 뿐입니다.”

오고데이가 웃었다.

그런데 — 눈은 웃지 않았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 잊지 않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세월이 흘렀다.

뭉케가 태어났다. 1209년이었다. 소르카크타니가 처음으로 아이를 안았을 때 — 톨루이가 옆에 있었다.

말없이 보고 있었다.

소르카크타니가 톨루이를 보았다.

톨루이의 눈이 — 달랐다. 처음 보는 눈이었다. 전장 이야기를 할 때의 눈도 아니었다. 오고데이를 볼 때의 눈도 아니었다.

그냥 — 보는 눈이었다.

뭉케를. 소르카크타니를. 그 둘을 함께.

소르카크타니는 그 눈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나중에 알았다. 그것이 무슨 눈인지.

동지의 눈이었다.

함께 만든 것을 보는 눈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쿠빌라이가 태어났다. 훌라구가 태어났다. 아릭 부케가 태어났다.

아이들이 커졌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화덕 앞이 달라졌다.

처음엔 아이들이 잠든 뒤 — 톨루이와 둘이 앉는 자리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 아이들이 오기 시작했다.

뭉케가 먼저였다. 일곱 살 무렵이었다. 말없이 와서 앉았다. 쫓아내지 않았다. 그냥 두었다.

그리고 — 물었다.

“오늘 무엇을 봤느냐.”

뭉케는 생각했다. 오래. 그리고 짧게 말했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들었다.

한 번으로 충분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쿠빌라이가 왔다.

다섯 살이었다. 형이 화덕 앞에 앉는 것을 보고 — 자신도 왔다. 뭉케처럼 조용히 앉지 않았다. 바로 물었다.

“왜 여기 앉습니까.”

소르카크타니는 웃었다.

“앉으면 보인다.”

“무엇이요.”

“불이.”

“불은 어디서나 보이는데요.”

“화덕 앞에서 보는 불이 다르다.”

쿠빌라이가 앉았다. 불을 보았다. 잠깐이었다.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 내일 또 오너라.”

쿠빌라이가 내일 왔다. 그다음 날도 왔다. 올 때마다 물었다. 소르카크타니가 대답하면 — 또 물었다.

끝이 없었다.

그런데 — 계속 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훌라구가 왔다.

네 살이었다. 형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 당연한 것처럼 왔다. 앉았다. 불을 보았다.

소르카크타니가 물었다.

“오늘 무엇을 봤느냐.”

훌라구가 말했다.

“형이 활을 쏘는 것을 봤습니다.”

“뭉케가.”

“네. 과녁을 맞혔습니다.”

“그래서.”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소르카크타니는 훌라구를 보았다.

“해봤느냐.”

“아직요.”

“그러면 — 어떻게 아느냐.”

“보면 압니다.”

소르카크타니는 잠깐 생각했다.

“해봐라. 그리고 — 다시 와라.”

훌라구가 나갔다.

다음 날 왔다. 무릎이 긁혀 있었다. 화살이 빗나간 것이었다.

그런데 — 눈이 달랐다.

뭔가를 안 눈이었다.

“어떠했냐.”

“생각한 것과 달랐습니다.”

“무엇이.”

“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 더 재미있었습니다.”

소르카크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으로 배우는 아이였다. 보는 것보다 — 하는 것이 먼저인 아이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릭 부케가 왔다.

가장 늦게 왔다. 세 살이었다. 아직 작았다.

형들이 모두 앉아 있었다. 아릭 부케가 와서 — 소르카크타니의 옆에 바짝 붙었다.

소르카크타니가 물었다.

“오늘 무엇을 봤느냐.”

아릭 부케가 말했다.

“말을요.”

“말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게르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왜.”

“집이 그리운 것 같았습니다.”

소르카크타니는 아릭 부케를 보았다.

막내였다. 가장 어렸다. 그런데 — 그 눈이 달랐다. 말을 보면서 집이 그리웠을 것이라고 했다.

집이 어디인지를 아는 아이였다.

붙어 있어야 할 곳을 아는 아이였다.

소르카크타니는 아릭 부케의 머리를 한 번 짚었다.

“잘 봤다.”

아릭 부케가 웃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것이 시작이었다.

화덕 앞의 질문.

오늘 무엇을 봤느냐.

매일 밤 물었다. 아이들이 대답했다. 소르카크타니가 들었다. 다시 물었다.

아이들은 달랐다.

뭉케는 — 생각하고 말했다. 한 번 말하면 정확했다. 쿠빌라이는 — 말하면서 생각했다. 끝에 가서야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 알았다. 훌라구는 — 이미 결론이 나 있었다.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확인했다. 아릭 부케는 — 느낌으로 말했다. 설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틀리지 않았다.

네 가지가 달랐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알았다.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땅이 다르면 심는 방식이 달랐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세월이 흘렀다.

뭉케가 열다섯이 됐다. 뭉케가 스무 살이 됐다.

화덕 앞의 질문이 달라졌다.

어릴 때는 — 오늘 무엇을 봤느냐.

이제는 — 왜 그것이 그렇게 됐느냐. 다음엔 어떻게 될 것 같으냐.

뭉케는 그 질문에 익숙해졌다.

어느 저녁이었다.

뭉케가 말했다.

“어머니는 — 왜 매일 묻습니까.”

소르카크타니는 불을 보았다.

“네가 매일 다른 것을 보기 때문이다.”

“같은 날이 없다는 것입니까.”

“같은 날은 없다. 그런데 — 같은 구조는 있다.”

뭉케가 생각했다.

“구조를 보는 것입니까.”

“그렇다.”

“그러면 — 어제와 오늘이 달라도 내일을 알 수 있습니다.”

소르카크타니는 뭉케를 보았다.

아버지를 닮은 눈이었다. 그런데 — 아버지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있었다.

“맞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1230년 가을이었다.

오고데이의 명이 왔다.

금나라 원정. 톨루이가 남쪽 군을 이끌어야 했다.

뭉케가 스물한 살이었다.

톨루이가 뭉케를 불렀다.

“함께 간다.”

뭉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 나간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그것이 전부였다. 그 이상을 뭉케는 몰랐다.

그날 저녁 화덕 앞이었다.

뭉케가 왔다.

소르카크타니가 수태차를 건넸다. 뭉케가 두 손으로 받았다.

둘이 나란히 앉았다.

소르카크타니가 물었다.

“오늘 무엇을 봤느냐.”

뭉케가 불을 보았다.

오래 생각했다.

“어머니를 봤습니다.”

소르카크타니는 뭉케를 보았다.

“무엇이 보이던냐.”

“등이요.”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뭉케가 말했다.

“폈습니다. 항상.”

그것이 전부였다.

소르카크타니는 불을 보았다.

수태차를 마셨다.

됐다.

다 가르쳤다.

이 아이에게는.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것이 29년이었다.

전장을 복기하는 밤들이 있었다. 아이들을 함께 보는 저녁들이 있었다. 침묵이 편한 화덕 앞이 있었다. 오고데이가 왔다 가는 자리들이 있었다.

톨루이는 자주 전장에 갔다. 멀리 갔다. 오래 없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할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있었다. 읽을 것이 있었다. 볼 것이 있었다.

할 것이 있으니까 괜찮다.

처음 만난 날 톨루이가 말했던 것이었다. 그 말이 — 지금 자신의 것이 됐다.

불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불꽃이 아니었다. 뜨거웠다가 식는 것이 아니었다.

낮고 고른 불이었다. 화덕의 불처럼. 오래 타는 불. 꺼지지 않는 불.

동지였다.

나란히 걸었다. 같은 곳을 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말해야 할 때 말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1227년 가을이었다.

칭기즈칸이 죽었다.

소식은 빠르게 왔다. 그런데 — 그 무게는 느리게 왔다. 며칠이 지나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제국을 만든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

톨루이는 말이 없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그 침묵을 들었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침묵이었다. 그런데 — 그것만이 아니었다. 무언가 무거운 것이 내려앉는 침묵이었다.

며칠 뒤.

톨루이에게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장수들이었다. 장로들이었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었다. 쿠릴타이가 열리기 전까지 — 제국의 살림을 누군가 맡아야 했다. 막내아들의 관례였다. 오트치긴의 것이었다.

톨루이가 섭정이 됐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날부터 사람들이 쏟아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서가 왔다. 결정을 요청하는 것들이었다. 군사 배치. 세금. 조공. 영지 분쟁. 제국의 모든 곳에서 오는 것들이었다.

톨루이는 받았다. 그런데 — 모든 것을 혼자 볼 수는 없었다. 전장을 아는 사람이었다. 행정은 달랐다.

소르카크타니는 옆에 있었다.

처음엔 그냥 있었다. 차를 냈다. 사람들을 맞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톨루이가 문서 하나를 소르카크타니에게 건넸다.

“이거 봐줄 수 있겠냐.”

소르카크타니는 받았다.

읽었다. 빠르게. 소리 없이.

숫자가 있었다. 경계 분쟁이었다. 두 영지 사이의 문제였다.

“이쪽이 유리합니다. 그런데 저쪽은 다음 원정에서 필요한 자리입니다. 지금 이기면 — 나중에 잃습니다.”

톨루이가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어떻게 알았냐.”

“읽었습니다. 지도가 있었습니다.”

톨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매일 밤.

아이들이 잠들면 — 둘이 앉았다.

문서들이 쌓였다. 소르카크타니가 읽었다. 톨루이에게 말했다. 톨루이가 판단했다. 소르카크타니가 다시 물었다. 그러다 보면 — 더 나은 길이 나왔다.

전장 복기와 같은 방식이었다.

그런데 — 전장이 아니라 제국이었다.

소르카크타니는 읽으면서 알았다.

이것이 전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칼보다 문서가 더 많은 것을 움직인다는 것을. 그리고 —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곳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이 — 여기서 쓰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오고데이가 왔다.

섭정 기간 중이었다.

형으로서 왔다. 문상으로 왔다. 그런데 — 보러 왔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알았다.

자리에 앉아서 들었다. 톨루이와 오고데이가 이야기하는 것을. 제국의 방향을. 다음 원정을. 후계를.

그런데 소르카크타니는 들으면서 — 오고데이의 눈을 보았다.

톨루이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보고 있었다.

문서를 정리하는 손을. 차를 내는 손을. 말하지 않으면서 듣는 눈을.

오고데이는 알고 있었다.

이 방 안에서 무엇이 어디서 나오는지.

소르카크타니는 시선을 거뒀다.

문서를 보았다. 천천히.

<p class="sep" aria-hidden="true">◆</p>

섭정이 시작된 지 일 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어느 밤.

아이들이 잠들었다. 둘만 있었다. 화덕 앞이었다.

톨루이가 말했다.

낮게. 불을 보면서.

“쿠릴타이가 열리면 — 오고데이 형이 대칸이 된다.”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칭기즈칸의 유지였다. 2년 동안 섭정을 하면서 — 더 확실해졌다. 오고데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찾아왔다. 의견을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화가 나지 않냐.”

소르카크타니는 불을 보았다.

화가 났는가. 솔직하게.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있었다.

2년 동안 보았다. 톨루이가 얼마나 잘 운영하는지를. 공정하게. 사람들이 따르게. 문서를 읽고 판단하고 결정했다. 오고데이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런데 — 대칸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있습니다.”

톨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있다.”

둘이 불을 보았다.

한참 뒤에 소르카크타니가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

“받아들여야 합니다.”

톨루이가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제국이 하나로 있으려면 — 지금은 형이어야 합니다. 형을 거스르면 당신이 잃는 것이 더 많습니다. 지금은 형 옆에서. 형을 지키면서. 제국의 절반을 당신이 들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 나는.”

소르카크타니는 톨루이를 보았다.

“아이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말하고 나서 소르카크타니는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아버지가 갖지 못한 것을 — 아들들이 갖게 하는 것을.

그것을 맡겠다고 했다.

톨루이가 말했다.

“믿는다.”

두 글자였다.

짧았다.

그런데 — 소르카크타니는 그 두 글자를 오래 들었다. 뼈 안으로 들어왔다. 한 번 들어온 것은 나가지 않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2년이 지났다.

1229년 봄이었다.

쿠릴타이가 열릴 것이었다.

마지막 국정 회의였다.

장수들이 왔다. 장로들이 왔다. 오고데이가 왔다. 차가타이가 왔다. 모두가 알았다. 이 회의가 끝나면 — 새로운 대칸이 선출될 것이었다.

오고데이일 것이었다.

톨루이가 보고를 받았다. 소르카크타니는 옆에 있었다. 2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자리가. 이 역할이. 이 옆에 있는 것이.

문서를 받았다. 읽었다. 정리했다.

아무렇지 않게.

그런데 — 손끝이 달랐다. 자신만 알았다. 조금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기억하려는 것처럼.

오고데이가 들어왔다.

인사가 오갔다. 자리가 정돈됐다. 회의가 시작됐다.

소르카크타니는 가장자리에 앉아서 들었다.

오고데이가 말하는 동안 — 한 번 소르카크타니 쪽을 봤다.

짧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 눈에 있는 것을 소르카크타니는 알았다.

원하는 것이 있는 눈이었다. 아직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말하고 있었다.

소르카크타니는 문서를 보았다.

마지막 보고서였다. 천천히 읽었다.

다 읽었다.

내려놓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회의가 끝났다.

사람들이 나갔다.

톨루이가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말이 없었다. 그런데 — 그 눈에 모든 것이 있었다.

고마움이었다. 2년의 고마움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의 눈이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리고 3년이 더 흘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출발 전날 밤이었다.

겨울을 나고 봄이 왔다. 군대가 준비됐다. 내일 남쪽으로 떠날 것이었다. 금나라를 치러. 여진의 땅으로.

아이들이 잠들었다. 둘만 있었다.

화덕 앞이었다.

말이 없었다. 오래.

소르카크타니는 불을 보았다. 톨루이도 불을 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자리였다. 침묵이 편한 자리였다. 그런데 — 오늘 밤 이 침묵은 달랐다.

무거웠다. 다른 종류의 무게였다.

아이들은 몰랐다. 뭉케도 몰랐다. 금나라 원정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가는 전장이었다.

그런데 — 부부는 알았다.

이것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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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루이가 먼저 말했다.

낮게. 불을 보면서.

“알고 있지.”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원정이 아니었다. 아니면 — 원정이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원정이었다. 오고데이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동생이 살아 있으면 — 언제든 위협이 됐다. 가장 강한 장수. 가장 뛰어난 전략가. 칭기즈칸이 막내를 더 아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다. 그것이 오고데이에게 불편했다.

원정을 핑계로 삼은 것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전부였다.

둘이 다시 불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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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에 톨루이가 말했다.

“막지 않겠느냐.”

소르카크타니는 불을 보았다.

막는다. 어떻게. 대칸의 명이었다. 거부하면 — 지금 당장 반역이었다. 아이들이 있었다. 뭉케가 스물둘이었다. 그런데 뭉케는 이미 함께 간다고 했다. 쿠빌라이가 열여섯이었다. 훌라구가 열넷이었다. 아릭 부케가 열둘이었다.

막으면 — 아이들이 없어졌다.

가지 않으면 — 아이들이 없어졌다.

어느 쪽이든 — 지금은 길이 없었다.

“막을 수 없습니다.”

톨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 직접 들어야 했던 것 같았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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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탔다.

소르카크타니는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마지막일 수 있었다. 알았다. 그런데 — 말할 수 없었다. 말하면 무너질 것 같았다. 지금 무너지면 안 됐다.

등을 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이었다. 떨어도 앞은 볼 수 있다고.

지금 떨고 있었다. 그런데 — 등을 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톨루이가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오래 보았다.

말 위에서 이쪽을 보던 열두 살 소년의 눈이 생각났다. 두렵지 않던 눈. 궁금한 것처럼 보던 눈.

그 눈이 지금도 있었다.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들을.”

소르카크타니는 톨루이를 보았다.

“아이들을 잘 부탁하오.”

짧았다. 여섯 글자였다.

그런데 — 그 여섯 글자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

아이들을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제 자리에 세워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 아이들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 고개가 — 모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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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톨루이가 말에 올랐다.

군대가 앞에 있었다. 장수들이 있었다. 깃발이 있었다.

뭉케도 말 위에 있었다. 아버지 옆에. 갑옷을 입고 있었다. 스물두 살이었다. 어른이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게르 밖에 서 있었다.

아이들이 옆에 있었다. 셋이 나란히. 쿠빌라이가 왼쪽에 섰다. 아릭 부케가 오른쪽에 섰다.

톨루이가 말 위에서 돌아보았다.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아이들을 보았다. 셋을 하나씩.

그리고 — 뭉케를 보았다.

옆에 있는 아들을. 말 위에 함께 있는 아들을.

뭉케는 앞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처럼.

톨루이가 마지막으로 —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소르카크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말발굽 소리가 났다. 멀어졌다.

소르카크타니는 보았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눈을 높이 뜨고 보았다.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깃발이 작아지는 것을 보았다. 말들이 점이 되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이 함께 작아졌다.

톨루이와 뭉케가.

나란히.

그리고 — 보이지 않게 됐다.

아릭 부케가 소르카크타니의 옷을 잡아당겼다.

“아버지는 언제 오십니까.”

잠깐 멈췄다.

“형은요.”

소르카크타니는 아릭 부케를 내려다보았다.

열두 살이었다. 아버지가 왜 가는지 몰랐다. 형이 왜 따라갔는지 몰랐다. 언제 오는지 물었다.

소르카크타니는 무릎을 꿇었다.

아릭 부케와 눈높이를 맞췄다.

“모른다.”

그것이 전부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톨루이는 1232년 겨울에 죽었다.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공식 기록은 말했다. 오고데이가 병에 걸렸을 때 샤먼 의식을 통해 자신이 대신 죽었다고.

소르카크타니는 그 기록을 들었다.

말하지 않았다.

아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여섯 글자가 남았다.

*아이들을 잘 부탁하오.*

그것이 — 유언이 됐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받았다.

20년 동안 — 그 여섯 글자를 들고 걸었다.

마지막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