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에필로그 — ... ..."
work: "밧세바"
part: "닫는 이야기"
chapter: 117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117/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

# 에필로그 — ... ...

7호선 상행. 저녁 일곱 시 사십 분.

문 옆자리는 이미 없었다. 그는 손잡이를 잡고 섰다.

넉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한 편만 볼 생각이었다. 시즌 3까지 갔다. 마지막 회는 지난 주말에 봤다. 새벽 두 시였고, 다 보고 나서 한동안 앉아 있었다.

김 부장은 갔다. 본사에서 내려온다던 사람은 안 왔다.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다음 달에 정해진다는 말이 돌았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사람이 더 탔다. 노인은 없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휴대폰을 열었다.

성경 앱을 받은 것이 지난주다. 별 다섯 개짜리가 여럿 있었고 그중 하나를 골랐다. 광고가 붙어 있었다.

사무엘하 11장.

그는 스크롤했다.

그 해가 돌아와 왕들이 출전할 때가 되매 다윗이 요압과 그에게 있는 그의 부하들과 온 이스라엘 군대를 보내니 그들이 암몬 자손을 멸하고 랍바를 에워쌌고 다윗은 예루살렘에 그대로 있으니라.

한 줄이었다.

그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저녁 때에 다윗이 그의 침상에서 일어나 왕궁 옥상에서 거닐다가 그 곳에서 보니 한 여인이 목욕을 하는데 심히 아름다워 보이는지라.

그는 화면에서 눈을 뗐다.

옥상 장면은 시즌 1에 있었다. 그 앞에 여러 회가 있었고, 그동안 여자는 열여섯이었다가 열여덟이 되었다. 우물가에서 물을 길었고, 할아버지 마당에 앉아 있었고, 결혼했고, 두 해 동안 아이가 안 생겼다.

한 여인이 목욕을 하는데.

그것이 성경에 적힌 전부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계속 읽었다.

우리아가 나왔다. 세 번 나오고 죽었다. 요압에게 보내는 편지를 자기가 지고 갔다는 대목에서 그는 잠깐 멈췄다.

드라마에서 그 장면은 편지를 받는 손 클로즈업으로 끝났다. 성경에는 그냥 지고 갔다고만 적혀 있었다.

우리아가 죽으니라.

몇 줄 뒤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아의 아내는 그 남편 우리아가 죽었음을 듣고 그의 남편을 위하여 소리내어 우니라.

그는 그 문장을 오래 봤다.

시즌 1의 마지막 회가 그 장면이었다. 여자가 마당에서 곡을 하고, 곡이 끝나고, 문을 잠갔다. 대사는 세 마디였다.

성경에는 한 줄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12장으로 넘어갔다.

나단이 왔다. 부자와 가난한 자와 암양 새끼. 왕이 노했다. 당신이 그 사람이라.

아이가 죽었다.

다윗이 그의 아내 밧세바를 위로하고 그에게 들어가 동침하였더니 그가 아들을 낳으매 그의 이름을 솔로몬이라 하니라.

그는 그 줄에서 멈췄다.

위로하고, 들어가고, 낳고, 이름을 지었다. 한 문장이었다.

드라마에서 그 사이가 시즌 2였다. 여자는 궁에 들어갔고, 부엌에 앉아 있었고, 아이 넷을 낳았고, 왕가가 무너지는 것을 봤고, 할아버지가 반역해서 죽었다.

한 문장 안에 이십 년이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검색창에 이름을 넣었다.

밧세바

결과가 나왔다.

사무엘하 11장에 한 번. 12장에 한 번. 열왕기상 1장에 몇 번. 2장에 몇 번.

그리고 시편 51편 표제에.

그것이 전부였다.

그는 결과를 위아래로 훑었다. 열 몇 개였다. 스크롤할 것도 없었다.

삼천 년이었다.

기원전 천 년쯤이라고 했으니 삼천 년이다. 그리고 남은 것이 이 열 몇 줄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역대상을 찾아봤다.

드라마 마지막 회에 서기관이 나왔다. 방에서 두루마리를 옮기는 늙은 남자였다. 이름이 안 나왔다. 그가 상자에서 조각을 하나 꺼냈고, 거기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그것이 실제로 있는 건지 궁금했다.

역대상 3장.

예루살렘에서 그가 낳은 아들들은 이러하니 시므아와 소밥과 나단과 솔로몬 네 사람은 다 암미엘의 딸 밧수아의 소생이요.

그는 그 줄을 세 번 읽었다.

밧수아.

암미엘의 딸.

사무엘하에는 엘리암의 딸 밧세바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앞으로 돌아가서 확인했다. 그렇게 적혀 있었다.

같은 사람인데 이름이 두 개였다. 아버지 이름도 두 개였다.

그는 검색해봤다.

여러 설명이 나왔다. 암미엘과 엘리암이 같은 글자를 뒤집은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밧세바와 밧수아가 발음이 비슷하다는 설명이 있었다. 필사 과정의 이문일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아무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역대상 20장을 찾았다.

해가 바뀌어 왕들이 출전할 때가 되매 요압이 그 군대를 거느리고 나가서 암몬 자손의 땅을 멸하고 가서 랍바를 에워싸고 다윗은 예루살렘에 그대로 있더니 요압이 랍바를 쳐서 함락시키매.

그다음 줄이 왕관 이야기였다.

옥상이 없었다.

우리아가 없었다.

나단이 없었다.

아이가 없었다.

한 줄에서 다음 줄로 그냥 넘어갔다.

그는 화면을 위로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두 번 했다. 없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열차가 뚝섬유원지를 지나 지상으로 올라왔다.

창이 밝아졌다. 강이 있었다. 다리 위에 차들이 붉은 불빛을 매달고 늘어서 있었고, 강 건너로 아파트들이 층층이 불을 켜고 있었다. 같은 크기의 창이 수천 개였다.

그는 그것을 봤다.

저 안에 사람이 하나씩 있을 것이었다. 오늘 무엇인가 있었을 것이고, 대부분은 아무 데도 안 적힐 것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휴대폰이 진동했다.

팀 단톡방.

— 다음 달 조직개편 얘기 들으신 분?

— 아직요

— 그 자리 결국 내부에서 뽑는대요

— 오

— 누구요?

— 몰라요 그냥 들은 거예요

그는 화면을 한참 봤다.

작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고, 재작년에도 있었다. 두 번 다 다른 사람이 앉았고 그 사람들은 지금 회사에 없다.

그는 아무것도 안 눌렀다.

단톡방을 닫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청담역입니다.

내리는 사람이 많았다. 자리가 하나 났다.

그는 앉았다.

앉고 나서 이어폰을 꽂았다. 재생목록의 첫 곡이 시작됐다. 북이 먼저 들어오고, 현악기가 같은 자리를 계속 두드렸다. 그 위로 종이 울렸다.

한때 세상을 다스렸다는 첫 줄이 흘러나왔다.

그는 그 첫 줄을 이제 다르게 들었다.

세는 노래였다. 무엇이 있었고 무엇이 없어졌는지를 세는 노래였다. 성벽과 소금기둥과 예루살렘의 종소리를 세는 노래였다.

세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노래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넷째 손가락 마디가 시렸다.

그는 손을 폈다.

무릎 위에 폈다. 다섯이 다 있었다.

드라마 어딘가에 그 장면이 있었다. 늙은 남자가 늙은 아내의 손을 잡고 손가락을 하나씩 짚어주는 장면이었다. 손바닥에 무엇이 있다고 했다. 잊으면 손을 펴라고 했다.

그는 그 대사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하는 것은 그 사람이 그날 밤에 죽으러 갔다는 것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손을 접었다.

접고 나서 창밖을 봤다.

다시 지하로 들어가고 있었다. 창밖이 검어지면서 유리에 그의 얼굴이 떴다.

이번에는 눈을 안 피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집까지 스물두 분.

내일도 이 열차를 탈 것이었다. 모레도 탈 것이었다. 조직개편은 있을 것이고, 자리는 누군가 앉을 것이고, 언젠가 또 빌 것이다.

그리고 그중 아무것도 어디에 적히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전에도 알고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이어폰에서 노래가 끝나가고 있었다.

같은 자리를 두드리던 현악기가 잦아들고, 종만 남았다.

그는 화면을 켰다.

성경 앱이 아직 열려 있었다. 역대상 20장이었다. 옥상이 없는 자리였다.

그는 그 화면을 잠깐 봤다.

그리고 껐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화면이 검어졌다.

유리에 그의 얼굴이 다시 떴다.

그는 이어폰을 뺐다.

열차 소리가 들어왔다. 레일 이음매를 지나는 소리가 일정하게 났다. 누가 통화하는 소리가 났고, 어디선가 비닐봉지 소리가 났다.

그는 그 소리를 들었다.

한참 들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

...

...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리고 다음 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