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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62장 — 하루"
work: "밧세바"
part: "3권 · 밧세바 (2부)"
chapter: 66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66/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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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장 — 하루

**예루살렘. 다윗이 예순한 살이던 해.**

<p class="coord">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5장 7–37절</p>

새벽에 깬다.

깨서 한참 누워 있는다.

전에는 깨면 일어났다. 지금은 누워 있는 시간이 는다.

무릎 때문이다.

오른쪽 무릎이 밤에 굳는다. 아침에 반 각쯤 지나야 펴진다.

일어나서 앉으면 발이 시리다.

여름에도 시리다.

씻는다.

씻는 물을 종이 지고 올라온다.

기혼에서 길어 오는데 계단이 가팔라서 한 번에 많이 못 진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옷을 입는다.

혼자 못 입는 것은 아닌데 종이 붙는다.

붙는 것이 규칙이라고 한다.

누가 정한 규칙인지 나는 모른다.

아침에 보고를 받는다.

먼저 요압이 온다.

군에 대한 것이다. 어디에 몇이 있고 무엇이 모자란지.

듣고 나면 두어 마디 묻는다.

대개 그러라고 한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가 정하고 온다.

정해서 온 것을 내가 아는 것이 보고다.

십 몇 해 됐다.

처음에는 그것이 이상했다.

지금은 안 이상하다.

이상하지 않게 되는 데 세 해쯤 걸렸다.

그다음이 사관이다.

여호사밧이다.

기억하게 하는 자라는 뜻의 직함을 가졌다.

무엇이 있었는지를 정리해서 아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성읍에서 온 기별, 밖에서 온 사람, 죽은 자, 난 아이.

죽은 자 이름을 읽을 때 나는 듣는다.

아는 이름이 나올 때가 있다.

요새는 드물다.

굴에 있던 자들이 대개 죽었다.

그다음이 곳간이다.

밀이 얼마 있고 기름이 얼마 있고 포도주가 얼마 있는지.

세를 언제 걷는지.

그다음이 제사장이다.

절기가 언제고 무엇을 준비하는지.

이것은 정해져 있다. 정해진 것을 확인한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여기까지가 정오 전이다.

정오 전에 끝난다.

내가 무엇을 정하는가 하고 세어본 적이 있다.

세어보니 한 달에 서너 가지였다.

나머지는 그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라고 하는 것도 정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렇다.

그런데 그러라고 안 한 적이 없다.

정오가 지나면 할 일이 없다.

성문에 나가면 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사람들이 온다. 밖에서 온다. 밭 경계, 빚, 형제끼리 나누는 일.

듣고 정하면 된다.

전에는 나갔다.

한 해에 스무 번쯤 나갔다.

요새는 안 나간다.

왜 안 나가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가면 앉아서 반나절을 듣는다.

무릎 때문이라고 하면 그럴듯하다.

무릎 때문만은 아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거기 앉으면 사람들이 나를 본다.

전에는 그것이 아무렇지 않았다.

요새는 앉아 있으면 오래 앉아 있는 것 같다.

한 사람이 말하는 데 반 각이 걸린다.

반 각을 듣고 있으면 그 반 각이 길다.

전에는 안 길었다.

들에서 나는 종일 앉아 있었다.

양 예순셋을 보면서 종일 앉아 있었고 그것이 길지 않았다.

지금은 반 각이 길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무엇이 달라졌는지 나는 모른다.

오후에는 잔다.

낮에 자는 것을 나는 스무 해 동안 안 했다.

굴에서는 낮에 자면 죽는다.

이 성에 들어와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이 안 왔다.

누워 있으면 소리가 다 들렸다.

두 해쯤 지나니 잤다.

지금은 안 자면 오후가 안 간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자고 일어나면 몸이 무겁다.

무거운데 잔다.

일어나면 옥상에 올라간다.

성이 다 보인다.

여부스 사람들이 능선에 지어서 그렇다.

북쪽 아래에 집들이 있다.

거기를 나는 안 본다.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안 본다.

열아홉 해 됐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저녁에는 사람을 부른다.

부르면 온다.

먹는다.

먹으면서 이야기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옛날 이야기를 한다.

굴 이야기, 광야 이야기, 그일라 이야기.

그 자리에 있던 자가 이제 몇 없다.

없으니 내가 한다.

내가 하면 다들 듣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듣는 얼굴을 보면 처음 듣는 얼굴이다.

세 번쯤 한 이야기인데 처음 듣는 얼굴을 한다.

그것이 예의다.

나도 안다.

밤에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그러면 소리를 낸다.

노래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다.

가락이 있는데 말이 없을 때가 있고 말이 있을 때가 있다.

말이 있을 때 그 말이 무엇인지 나도 다음 날이면 잊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들에서 하던 것이다.

혼자 있으면 소리를 냈다.

양들이 그 소리를 안다. 소리가 계속 나면 안 흩어진다.

지금은 듣는 것이 없다.

그래도 낸다.

내면 자게 된다.

이것이 내 하루다.

열 몇 해째 이렇다.

세어보면 이상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스무 해 동안 나는 하루가 모자랐다.

날이 밝으면 어디로 옮길지 정해야 했고, 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했고, 사백 명을 먹여야 했다.

저녁에 세었다. 예순셋이 아니라 사백이었다.

셋이 모자라면 기다렸다.

그때는 하루가 짧았다.

지금은 하루가 길다.

그날은 아침이 늦었다.

전날 비가 왔다. 무릎이 안 좋았다.

일어나니 해가 높았다.

요압은 북쪽에 나가 있었다.

사관이 왔다.

여느 때처럼 아뢨다. 성읍에서 온 기별이 있고, 밖에서 온 사람이 있고, 죽은 자가 셋이고 난 아이가 넷이라고 했다.

그리고 하나를 더 아뢨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셋째 도련님께서 헤브론에 가셨습니다."

"…나흘 전에 청하지 않았나."

"…예."

"서원을 갚는다고 했지."

"…예."

나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술에 있을 때 서원한 것이 있어서 갚으러 간다고 했다.

내가 평안히 가라고 했다.

"…그런데."

사관이 잠깐 있었다.

"…이백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이백."

"…예루살렘에서 청함을 받고 따라갔다고 합니다."

"…무엇 하러 갔다더냐."

"…모르고 갔다고 합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 말을 두 번 들었다.

모르고 갔다.

이백이 모르고 갔다.

서원을 갚는 데 이백이 들어갈 일이 없다.

그런데 잔치를 크게 하려면 사람이 많은 것이 이상하지 않다.

나는 그것을 그렇게 봤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있나."

사관이 서 있었다.

"…길로 사람 아히도벨도 갔다고 합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들으면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히도벨.

그 어른이 갔다고 한다.

압살롬을 따라 갔다고 한다.

궁 옆에 살았다. 아침마다 안뜰에 앉아 있었다.

내가 부르면 왔다. 자주 불렀다.

물으면 답했다. 답하면 대개 맞았다.

직함은 줬다.

주고 나서 성읍과 세만 물었다.

왜 안의 일은 안 물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모르겠다.

물을 일이 아니었다고 하면 그것도 맞다.

물으면 됐는데 안 물었다.

여섯 해 전에 길로로 내려갔다.

내려가겠다고 아뢴 적이 없다.

그냥 안 보이길래 물었더니 갔다고 했다.

나는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늙었다.

나보다 십 몇 해 위다.

그 나이에 길로에서 헤브론까지 나흘 길을 갔다.

이상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나는 그것을 오래 앉아서 생각했다.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보내라."

"…어디로 말씀이십니까."

"헤브론이다."

"…무엇이라고 아룁니까."

"…"

한참 있다가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다. 두어라."

<p class="sep" aria-hidden="true">◆</p>

기다렸다.

정오가 지났다.

오후에 나는 자지 않았다.

해가 기울 무렵에 전령이 왔다.

성문에서 뛰어 올라왔다.

옷이 젖어 있었다. 헤브론에서 하루 반을 달려왔다고 했다.

무릎을 짚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이렇게 아뢨다.

"…헤브론에서 나팔이 울렸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압살롬이 왕이 되었다고 외쳤습니다."

"…"

"…이스라엘의 인심이 다 압살롬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앉아 있는데 손이 떨렸다.

떨리는 것을 내가 봤다.

손이 떨린 것이 오래되었다.

굴에서도 안 떨렸다. 골리앗 앞에서도 안 떨렸다.

기브아에서 창이 벽에 박혔을 때도 안 떨렸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지금 떨렸다.

예순한 살이다.

요압은 북쪽에 있다.

여기 있는 것은 그렛과 블렛과 육백이다.

이백이 헤브론에 갔고, 온 이스라엘이 돌아섰다.

돌아섰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안다.

사울왕 때 내가 그 말을 들었다.

그때는 내가 쫓기는 쪽이었다.

숨이 안 쉬어졌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한참 그랬다.

그리고 열아홉 해 전에 들은 말이 떠올랐다.

칼이 네 집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으리라.

선지자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때 그 말을 듣고 죄를 지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뒤로 그 말을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떠올랐다.

떠오르니 다리에 힘이 빠졌다.

일어서려는데 안 일어서졌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사관이 팔을 잡았다.

이번에는 손을 안 저었다.

잡고 일어섰다.

일어서고 나서 나는 숨을 세 번 쉬었다.

세 번 쉬고 나서 소리가 나왔다.

"…나간다."

사관이 나를 봤다.

"…예?"

"성을 비운다. 지금 나간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왕이시여, 성벽이—"

"물이 밖에 있다."

나는 그 말을 하면서 그것을 처음 생각했다.

생각하고 말한 것이 아니라 말하면서 생각났다.

기혼이 골짜기에 있다.

포위되면 끊긴다.

삼십 몇 해 전에 요압이 그 구멍으로 올라왔다.

그 구멍이 아직 거기 있다.

그일라에서 나는 그 말을 들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성문이 있는 성읍은 왕에게 등을 돌리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말을 한 자가 지금 헤브론에 있다.

"…데리고 갈 자를 세워라."

"…예."

"후궁 열은 남긴다. 집을 지켜야 한다."

"…예."

"나머지는 다 나간다."

말하고 나서 나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 달에 서너 가지밖에 안 정하는 사람이 지금 넷을 정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어려운 것은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할 것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신도 그냥 신었다.

나가면서 옥상에 한 번 올라갔다.

성이 다 보였다.

북쪽 아래에 집들이 있었다.

거기를 나는 봤다.

열아홉 해 만에 봤다.

한참 봤다.

그리고 내려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기드론을 건넜다.

건너면서 나는 셌다.

그렛과 블렛이 있었다.

가드에서 온 육백이 있었다.

잇대가 앞에 있었다.

어제 온 자다.

어제 온 자가 오늘 나를 따라 나간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궤가 나왔다.

사독과 아비아달이 메고 나왔다.

레위 사람들이 뒤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섰다.

"…궤를 성으로 도로 메어 가라."

사독이 나를 봤다.

"…왕이시여."

"내가 여호와 앞에 은혜를 입으면 나를 돌아오게 하실 것이다."

"…"

"은혜를 입지 못하면 좋으실 대로 하실 것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렇게 말하고 나는 그것이 참말인지 생각했다.

참말이었다.

그런데 참말이라서 한 것은 아니었다.

궤가 성에 있으면 성이 함부로 안 상한다.

그것도 셈이었다.

셈과 참말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그날 처음 봤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사독에게 나는 이렇게 더 말했다.

"…성에 들어가라."

"…예."

"들으면 보내라."

"…누구에게 보냅니까."

"네 아들과 그의 아들이 있지 않으냐."

아히마아스와 요나단이다.

둘 다 젊다.

"…예."

<p class="sep" aria-hidden="true">◆</p>

감람산을 올랐다.

울면서 올랐다.

머리를 가렸다.

신을 안 신었다.

따라오는 자들도 머리를 가리고 울면서 올라왔다.

나는 그것을 뒤로 들었다.

소리가 났다.

울음소리가 그렇게 여러이면 소리가 하나가 된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마루턱에 하나님을 경배하는 자리가 있다.

거기에 이르렀을 때 사람이 왔다.

성에서 온 자였다.

숨이 차 있었다.

"…아뢸 것이 있습니다."

"…말하라."

"…길로 사람 아히도벨이 모반하는 자 중에 있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것을 아침에 들었다.

아침에 듣고 성을 비웠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들으니 다르게 들렸다.

아침에는 갔다고 들었다.

지금은 그 안에 있다고 들린다.

갔다는 것과 그 안에 있다는 것은 다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앉았다.

돌 위에 앉았다.

따라오던 자들이 멈춰 섰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말했다.

"…여호와여."

"…"

"아히도벨의 모략을 어리석게 하옵소서."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것뿐이었다.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군사를 달라고 안 했다.

성을 돌려달라고 안 했다.

아들을 돌려달라고 안 했다.

그것 하나만 구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스물세 해 동안 나는 여러 번 구했다.

구할 때마다 여럿을 구했다.

이번에는 하나였다.

하나만 구한 것은 처음이었다.

하나만 구했다는 것은 나머지는 셈이 되었다는 뜻이다.

셈이 안 되는 것이 그 하나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고개를 들었다.

사람이 서 있었다.

아렉 사람 후새였다.

옷이 찢겨 있었다.

머리에 흙을 쓰고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를 봤다.

그가 나를 봤다.

아무 말도 안 했다.

그가 무엇을 하러 왔는지 나는 알았다.

따라오려고 온 것이다.

그 차림으로 왔으니 그것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예순이 넘은 사람이다.

나보다 몇 해 아래다.

왕의 벗이다.

그 자리를 십칠 년 두었다.

직함이 그것이다.

무엇을 하는 자리냐고 물으면 나는 답을 못 한다.

그런데 오늘 답이 나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와 함께 가면 나에게 짐이 되리라."

"…왕이시여."

"…"

"…"

"성으로 돌아가라."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가 나를 봤다.

나는 그 눈을 봤다.

"…돌아가서 압살롬에게 말하라."

"…"

"왕이여, 내가 왕의 종이 되겠나이다. 전에는 왕의 아버지의 종이었으나 이제는 왕의 종이 되겠나이다."

"…"

"그렇게 말하라."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가 한참 있었다.

"…그러면."

"…"

"…나를 무엇이라고 부르시겠습니까."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알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돌아가서 그렇게 말하면 그는 넘어간 자가 된다.

넘어간 자를 기록에는 무엇이라고 적는가.

살아서 돌아와도 적힌 것은 안 바뀐다.

그것을 묻는 것이다.

나는 답을 안 했다.

답할 것이 없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네가 나를 위하여 아히도벨의 모략을 패하게 하리라."

"…"

"제사장 사독과 아비아달이 성에 있다."

"…"

"궁에서 듣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라."

"…"

"그들에게 아들이 둘 있다."

"…예."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가 절을 했다.

절하고 일어서면서 자기 옷을 봤다.

찢어진 데를 봤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 차림으로는 못 들어갑니다."

"…"

"…갈아입고 들어가겠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들으면서 하나를 알았다.

이 사람은 지금 벌써 세고 있다.

찢은 옷은 나에게 보이려고 찢은 것이다.

갈아입는 옷은 저쪽에 보이려고 갈아입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반 각 사이에 두 가지를 한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히도벨도 그렇게 한다.

그 어른은 그것을 사십 년 했다.

나는 그것을 알면서 십칠 년 동안 안 물었다.

이 사람에게도 안 물었다.

왕의 벗이라고 자리를 주고 벗으로만 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오늘 처음 쓴다.

쓰면서 보낸다.

보내는 데가 저쪽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가 산을 내려갔다.

나는 그것을 봤다.

내려가는 걸음이 빨랐다.

울면서 올라온 사람의 걸음이 아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셌다.

오늘 정한 것이 몇인가.

성을 비운다. 후궁 열을 남긴다. 궤를 도로 보낸다. 사독을 남긴다. 후새를 보낸다.

다섯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한 달에 서너 가지를 정하는 사람이 하루에 다섯을 정했다.

정할 것이 왔기 때문이다.

스물세 해 동안 안 왔다.

오늘 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리고 하나는 안 정했다.

아히도벨을 어떻게 할지 안 정했다.

정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까 구한 것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산을 넘었다.

넘으니 성이 안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