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55장 — 그술"
work: "밧세바"
part: "3권 · 밧세바 (2부)"
chapter: 59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59/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

# 55장 — 그술

**그술. 다윗이 쉰다섯 살이던 해. 압살롬 스물하나.**

<p class="coord">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3장 37–39절 · 14장 1절</p>

세 해를 있었다.

그술은 요단을 건너 북쪽으로 나흘이다.

갈릴리 물 동쪽 언덕에 성이 있다. 예루살렘보다 크지 않은데 예루살렘보다 오래됐다.

외조부께서 왕이시다. 달매 왕이시다.

어머니께서 여기서 나셨다.

처음 한 달은 아무것도 안 했다.

방을 하나 받아서 거기 있었다.

먹고 자고 마당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외조부께서 첫날에 여기 있으라고 하신 뒤로 부르지 않으셨다.

한 달쯤 지났을 때 부르셨다.

아침이었다.

"…따라오너라."

성문 쪽으로 가셨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성문 안쪽에 자리가 있었다.

돌을 깎아서 만든 자리인데 등받이가 없다.

그 앞에 마당이 있고, 마당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외조부께서 앉으셨다.

나는 뒤에 서 있었다.

그날 아침에 사람이 여섯 왔다.

땅 경계로 다투는 자가 둘, 빚 때문에 온 자가 하나, 죽은 사람 몫을 나누는 일로 온 자가 둘, 나머지 하나는 이웃이 자기 나귀를 잡아먹었다고 했다.

외조부께서 다 들으셨다.

한 사람씩 끝까지 들으셨다.

중간에 말을 자르지 않으셨다.

그리고 그날 다 정하셨다.

여섯 다 정하셨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것을 뒤에 서서 봤다.

이튿날도 나가셨다.

그다음 날도 나가셨다.

비 오는 날 말고는 매일 나가셨다.

세 달쯤 지났을 때 외조부께서 물으셨다.

"…무엇을 보았느냐."

나는 대답했다.

"…매일 나오십니다."

"그것 말고."

"…그날 정하십니다. 미루지 않으십니다."

외조부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것 말고."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외조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오는지 아느냐."

"…정해주십사 하고 옵니다."

"아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말하러 온다."

"…"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온다."

"…"

"정해주는 것은 그다음이다."

나는 그 말을 그날 밤에 오래 생각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이튿날부터 나는 다르게 봤다.

오는 사람들이 말하는 시간이 길었다.

정하시는 데는 얼마 안 걸렸다.

말하는 것이 반 각이고 정하시는 것이 열 마디였다.

그리고 정하신 뒤에 돌아가는 얼굴을 보면, 진 쪽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얼굴이었다.

한번은 그것을 여쭈었다.

"…진 쪽이 왜 화를 안 냅니까."

외조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끝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

"사람은 지는 것보다 말을 못 하는 것을 더 견디지 못한다."

여기에는 왕자들이 있다.

외조부의 아들이 넷이고 손자가 여럿이다.

그들에게 할 일이 있었다.

큰아드님은 성 밖 밭을 보시고 세를 걷는 것을 맡으셨다.

둘째는 북쪽 국경에 나가 계신다. 아람이 가까워서 늘 사람을 세워둬야 한다.

셋째는 성문에서 아버지 옆에 앉으신다.

막내는 아직 어리신데 아침마다 서기 방에 가서 글자를 익히신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넷 다 아침에 나간다.

나는 그것을 보고 처음에 이상했다.

예루살렘에서 큰형은 낮에 뜰에 앉아 계셨다. 무엇을 하시는지 아무도 몰랐다.

저녁에 사람을 부르시고, 부르면 젊은 자들이 오고, 뭐 재밌는 거 없나 하고 물으셨다.

나도 그랬다. 열여덟까지 나는 아침에 무엇을 하러 나간 적이 없다.

넉 달쯤 지났을 때 나는 그것을 알았다.

할 일이 없는 것과 할 일을 안 주는 것은 다르다.

두 해째부터 나는 옆에 앉았다.

셋째 되시는 분 옆자리였다.

정하지는 않았다. 듣기만 했다.

외조부께서 정하시기 전에 나에게 물으실 때가 있었다.

"…너는 어떻게 보느냐."

내가 말씀드리면 들으셨다.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었다.

틀렸을 때 무엇이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냥 다르게 정하셨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세 해째 여름에 한 번 시키셨다.

그날 나온 여섯 중에 마지막 하나를 나에게 맡기셨다.

"…네가 들어보아라."

형제 둘이었다.

아버지가 죽었는데 나귀 다섯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일이었다.

큰쪽이 셋을 가져야 한다고 했고, 작은쪽은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자기에게 두 마리를 주기로 하셨다고 했다.

큰쪽이 말하는 데 반 각이 걸렸다.

작은쪽은 그보다 길었다.

작은쪽이 말하는 중간에 큰쪽이 끼어들려고 했다.

나는 손을 들어 막았다. 끝까지 듣게 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다 듣고 나서 정하려고 했다.

정할 수가 없었다.

법으로 하면 큰쪽이 맞다. 그런데 아버지가 두 마리를 주기로 하셨다면 그것도 값이 있다.

증인이 없었다.

나는 한참 앉아 있었다.

외조부를 봤다.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못 정하겠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너라."

두 사람이 절을 하고 갔다.

가면서 다투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이상했다. 정해준 것이 없는데 다투지 않고 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이튿날 아침에 왔다.

외조부께서 정하셨다. 큰쪽이 셋, 작은쪽이 둘이었다. 작은쪽 말대로였다.

정하시고 나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어제 이 아이가 너희 말을 끝까지 들었다. 오늘 내가 정한 것은 어제 들은 것 위에 선 것이다."

그날 밤에 외조부께서 나를 부르셨다.

"…어제 왜 못 정했느냐."

"…증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참인지 몰랐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외조부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면 오늘 나는 어떻게 정했겠느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나도 몰랐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

"모르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

"고르는 것이 왕이 하는 일이다."

"…"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날 밤에 오래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하나를 알았다.

나는 듣는 것을 잘한다.

정하는 것은 못한다.

외조부께서도 그것을 아셨을 것이다.

세 해 동안 나는 그것을 배웠다.

배웠다고 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옆에 앉혀두셨다.

앉아 있으니 알게 됐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거기서 나는 다른 것도 봤다.

**왕이 어떻게 걷는가.**

외조부께서는 걸음이 일정하시다.

급해도 뛰지 않으신다.

그것이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그것도 정해져 있었다.

성 안에서 왕이 걷는 길이 정해져 있고, 그 길에 사람이 서는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정해져 있으니 일정한 것이었다.

**왕이 무엇을 먹는가.**

혼자 안 드신다.

매일 누구를 부르신다. 부르는 사람이 정해져 있고 순서가 있다.

먹으면서 이야기하신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것이 일이었다.

**왕이 언제 화를 내는가.**

세 해 동안 두 번 보았다.

두 번 다 사람들 앞이 아니었다.

방에서 내셨다.

그리고 나오시면 아무 일도 없는 얼굴이셨다.

나는 그것을 배웠다.

우리 궁에는 그런 것이 없다.

예루살렘 말이다.

거기서는 왕이 걷는 길이 정해져 있지 않다.

낮에 안 나오시는 날이 많고, 나오시면 아무 데나 걸으신다.

성문에 나가 앉으시는 것이 한 달에 한 번쯤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한 번도 안 나가시는 달도 있다.

정하시는 것도 있고 안 정하시는 것도 있다.

무엇을 정하시고 무엇을 안 정하시는지 아무도 모른다.

밭 경계는 정하신다.

집 안의 일은 안 정하신다.

나는 그것을 그술에서 알았다.

예루살렘에 있을 때는 몰랐다.

거기 있으면 그것이 원래 그런 줄 안다.

밖에 나와서 다른 것을 보니 알았다.

세 해째 봄에 외조부께서 물으셨다.

"…돌아가고 싶으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부르시면 갑니다."

"…"

"부르시지 않으시면."

거기서 나는 말을 멈췄다.

외조부께서 오래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러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 아비는 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

"그런 사람은 부르지도 않고 잡지도 않는다."

"…"

"기다리면 알아서 되는 줄 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외조부께서 나를 보셨다.

"…정하는 사람이 되어라."

"…예?"

"네 아비가 안 정하는 것을 네가 정하면, 사람들이 너에게 온다."

"…"

"그것이 위험한 줄은 알아야 한다."

나는 그 말을 다 들었다.

위험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하라고 하셨다.

두 가지가 같이 있었다.

세 해가 끝날 무렵에 성에서 사람이 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요압 장군이 보낸 사람이라고 했다.

돌아오라고 했다.

왕께서 부르시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잠깐 있다가 말했다.

"…왕께서 허락하셨습니다."

허락이라고 했다.

부르셨다고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말을 두 번 들었다.

떠나는 날 아침에 외조부께 인사드렸다.

성문 앞이었다.

그 자리에 앉으셔서 나를 보셨다.

"…가거라."

<p class="sep" aria-hidden="true">◆</p>

"…예."

"…"

"…그리고 하나만 기억해라."

"…예."

"성문은 왕의 자리다."

"…예."

"왕이 안 앉으면 자리가 빈다."

"…"

"빈 자리에 앉는 자는, 앉기 전에는 왕이 아니고 앉고 나면 왕이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절을 하고 나왔다.

나흘을 걸었다.

요단을 건널 때 나는 뒤를 한 번 봤다.

거기서 나는 왕의 외손이었다.

하나뿐이었다.

건너면 셋째다.

아니, 이제 둘째다.

큰형이 없다.

건너면서 나는 그것을 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