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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35장 — 오후"
work: "밧세바"
part: "2권 · 밧세바 (1부)"
chapter: 38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38/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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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장 — 오후

**예루살렘. 다윗이 마흔한 살이던 해.**

<p class="coord">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11장 1–5절</p>

봄에 군이 나갔다.

성문에서 봤다. 나가는 데 한 각이 걸렸다.

그는 성벽 위에 서 있었다.

세 해째였다.

처음 한 해는 그것이 이상했다.

봄에 소집이 걸리면 몸이 먼저 움직였다. 짐을 챙기려다가 챙길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두 해째에는 덜했다.

세 해째에는 아침에 성벽에 올라가서 보고 내려왔다.

그것으로 됐다.

군이 나가면 성이 조용해진다.

낮이 길었다.

아침에 사람들을 봤다.

세를 걷는 일과 물길 내는 일과 성벽 고치는 일. 두로에서 온 목수들 일.

정오 전에 다 끝났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정오가 지나면 할 일이 없었다.

그는 낮에 잤다.

전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굴에서는 낮에 자면 죽는다. 밤에 자는 것도 반쯤 깨서 잤다.

이십 년을 그렇게 살았다.

낮에 자기 시작한 것은 이 성에 들어온 뒤였다.

처음에는 잠이 안 왔다.

누워 있으면 소리가 다 들렸다. 뜰에서 사람 지나가는 소리, 아래에서 물 긷는 소리.

그런데 두 해쯤 지나니 잤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무거웠다.

그날도 그랬다.

일어나서 한참 앉아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입 안이 말라 있었다.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가는 것은 버릇이었다.

궁 안은 방이 좁고 창이 굴처럼 나 있어서 답답했다. 여부스 사람들이 벽을 두껍게 쌓아서 그렇다.

옥상은 넓었다.

성이 다 보였다.

능선 위에 성을 지어서 어디서나 어디가 보인다.

그는 그것을 좋아했다.

수구를 뚫고 들어온 날 아침에 그는 여기 올라와서 아래를 봤다.

여기다, 하고 말했다.

십오 년 전이 아니라 다섯 해 전이었다.

다섯 해 만에 이 성이 이렇게 됐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난간 쪽으로 걸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는데 아직 높았다.

지붕들이 아래에 있었다.

북쪽 언덕 쪽에 집이 몇 늘었다. 군인들에게 나눠준 자리였다.

거기 옥상 하나에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빨래를 너는 줄 알았다.

담이 있었다.

옥상 가장자리를 허리쯤 오는 담이 둘러 있었다.

그 담 위로 어깨가 나왔다가 들어갔다.

앉아 있었다.

여기서 저기까지가 얼마인지 그는 세어본 적이 없었다.

멀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소리는 안 들렸다.

물이 흐르는 것도 안 보였다.

젖어 있었다.

볕이 남아 있어서 젖은 데가 빛났다.

몸을 숙였다가 폈다.

숙이면 담에 가리고 펴면 어깨가 나왔다.

머리가 풀려 있었다.

얼굴은 안 보였다.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봤다.

얼마나 봤는지 모른다.

봤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발이 그 자리에 있었다.

옮기지 않았다.

그 뒤에 그는 그 순간을 여러 번 생각해봤다.

무엇을 봤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얼굴을 못 봤다.

무엇을 입었는지도 모른다. 안 입고 있었으니까.

몇 살인지도 몰랐다.

머리 색이 어땠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그런데 발이 안 움직였다.

한참 뒤에 그쪽에서 일어섰다.

일어서서 옷을 걸치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옥상이 비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그 빈 옥상을 봤다.

빨래가 널려 있었다.

그는 난간에서 손을 뗐다.

손바닥에 자국이 나 있었다.

시종을 불렀다.

올라온 자가 문간에 서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엇을 시켜야 하는지 그 순간 정하지 못했다.

시종이 서 있었다.

시종은 서 있는 것이 일이다.

그는 북쪽 아래를 가리켰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저 집."

"…어느 집 말씀이십니까."

"옥상이 있는 집. 지붕이 낮고 담이 흰 것."

시종이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예. 보입니다."

"알아보게."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거기서 그는 잠깐 멈췄다.

무엇을 알아보라고 해야 하는지.

여자가 누구인지 물으면, 그것을 시종이 옮긴다.

옮기면 그 집에 간다.

"저 집이 누구 집인지."

<p class="sep" aria-hidden="true">◆</p>

"예."

시종이 내려갔다.

그는 옥상에 남아 있었다.

해가 넘어갔다.

이튿날 저녁에 시종이 올라왔다.

"알아보았느냐."

"예."

"헷 사람 우리아의 집입니다."

그는 그 이름을 들었다.

몰랐다.

"…삼십칠인 명단에 있는 자입니다."

그는 그것도 들었다.

명단은 서른일곱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셋은 안다. 야소브암과 엘르아살과 삼마.

굴에서부터 있던 자들이다.

서른은 모른다.

죽으면 채우니까 이름이 바뀐다.

바뀌는 것을 그는 세지 않았다.

"…그 아내는 엘리암의 딸이라고 합니다."

엘리암.

그 이름은 알았다.

길로 사람 아히도벨의 아들이다. 다섯 해 전에 그것 때문에 그 노인을 불렀다.

시종이 잠깐 멈췄다.

숨을 쉬려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다음 말이 이렇게 나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엘리암의 딸이요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가 아니겠습니까."

물음처럼 끝났다.

그는 그것을 들었다.

그 시종이 무엇을 말하려던 것인지 그는 몰랐다.

아무 뜻도 없었을 수 있다.

방이 조용했다.

그는 그 조용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셈이 나왔다.

우리아는 랍바에 있다.

엘리암도 랍바에 있다.

아히도벨은 궁 옆에 있다.

셋 다 그의 사람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그 셈을 했다.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셈은 무엇을 하지 말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셈은 무엇이 얼마인지만 말해준다.

"데려오너라."

시종이 절을 하고 나갔다.

그는 앉아 있었다.

그날 밤 일에 대해서 그는 나중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할 사람이 없기도 했다.

이름을 물었다.

물어서 알았다.

한 번 불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부르고 나서 그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이상한지는 몰랐다.

새벽에 보냈다.

같은 시종이 데려다줬다.

그다음 날 그는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서 옥상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날도, 그다음 날도.

열흘쯤 지나서 다시 올라갔다.

북쪽 언덕 쪽을 안 봤다.

보지 않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안 봤다.

보름이 지났다.

한 달이 지났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일이 있었다.

세 걷는 일이 있었고, 두로에서 목수가 더 왔고, 북쪽 성읍에서 사람이 내려왔다.

랍바에서 열흘에 한 번씩 기별이 왔다.

성벽이 두껍다고 했다. 물이 성 안에 있다고 했다. 오래 걸린다고 했다.

그는 답을 보냈다.

기다리라고 했다.

두 달이 지났다.

그는 그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굴에서 이십 년을 살면서 그는 그것을 배웠다.

지난 것은 지난 것이다.

지난 것을 붙들면 다음 것을 못 한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놉에서 여든다섯이 죽었을 때도 그랬다.

그날 밤 굴에서 그는 아비아달에게 내 탓이라고 말했다.

말하고 나서 그다음 날 아침에 조를 짰다.

그것이 그가 사는 방식이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오후에 사람이 왔다.

궁에 물건을 대는 자였다.

시종장이 들여보냈다.

그 자가 마당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누가."

그 자가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엘리암의 딸 밧세바라고 합니다."

그는 그 이름을 들었다.

두 달 전 그 방에서 들은 이름이었다.

물어서 들었고 한 번 불렀다.

그 뒤로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한 적이 없었다.

"무엇이라고 하더냐."

그 자가 말했다.

"내가 임신하였나이다."

그는 그 말을 들었다.

"그것뿐이냐."

"예."

"…"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것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그 자를 봤다.

그 자가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가거라."

그 자가 나갔다.

그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두 마디였다.

그 두 마디에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을 해달라는 말이 없었다.

어떻게 하시겠느냐는 말도 없었다.

원망도 없었다.

두렵다는 말도 없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그것을 여러 번 뒤집어봤다.

뒤집을수록 아무것도 안 나왔다.

그러면 셈을 해야 하는 것은 이쪽이었다.

그는 그것을 알았다.

알고 나서 그는 잠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어디서 봤는지 그 순간에는 기억나지 않았다.

저녁이 되었다.

등불을 켜라고 했다.

그리고 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