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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25장 — 혼담"
work: "밧세바"
part: "2권 · 밧세바 (1부)"
chapter: 28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28/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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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장 — 혼담

**예루살렘. 다윗이 서른아홉 살이던 해. 엘리암 서른넷.**

<p class="coord">기록 사이의 빈칸 · 사무엘하 11장 3절 · 23장 34절, 39절에서 확장</p>

겨울에 아버지 집에 갔다.

궁 옆이었다. 방이 둘이고 마당이 좁았다. 여부스 사람이 살던 집이라 벽이 두꺼웠다.

어머니가 밥을 차렸다.

밥을 먹고 나서 그가 말을 꺼냈다.

"아버지."

"…"

"혼처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잔을 내려놓았다.

"열여섯이다."

"압니다."

"그래."

아버지는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이 그 집 방식이었다. 먼저 물으면 지는 것이라고 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제 밑에 있는 사람입니다."

"…"

"헷 사람입니다."

아버지가 잔을 다시 들었다.

들었다가 마시지 않고 내려놓았다.

"헷 사람이면 지파가 없다."

"없습니다."

"땅은."

"없습니다."

"성읍에 붙은 데는."

"없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방이 조용했다.

"엘리암아."

"예."

"내가 마흔 해를 그렇게 살았다."

"…"

"길로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어디냐고 물었다. 헤브론 아래라고 하면 그때야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헤브론 아래 사는 사람이었지 길로 사람이 아니었다."

"…"

"내가 무엇을 알아도 아무도 나를 안 불렀다. 이 성에 온 게 지난봄이다. 쉰하나에 왔다."

"그래서 너를 넣은 거다."

"압니다."

"명단에 이름이 오르면 그것이 자리다. 그 자리는 지파가 없어도 된다."

"…"

"그런데 그 사람은 그것 하나뿐이지 않으냐."

엘리암은 대답하지 않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왕이 쓰는 동안은 자리가 있다."

"…"

"왕이 안 쓰면 없어진다. 돌아갈 성읍이 없으니 없어지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

"…"

"그 사람이 죽으면 네 딸에게 무엇이 남느냐."

"아이가 나면 그 아이는 무엇이냐. 헷 사람의 아들이다. 이 나라에서 그 아이가 어디에 설 자리가 있느냐."

엘리암은 그것을 다 들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한참 뒤에 그가 말했다.

"작년 봄에 게셀 아래에서 제가 넘어졌습니다."

"…"

"오른쪽이 무너졌습니다. 받혀서 넘어졌는데 몸이 안 움직였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버지가 그를 봤다.

"그 얘기는 안 했다."

"안 했습니다."

"…"

"눈은 떠져 있었습니다. 사람들 발이 옆으로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다 갔습니다."

"…"

"얼마나 있었는지 모릅니다."

"…"

"그 사람이 돌아왔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세 번 왔다 갔습니다. 셋을 끌었습니다. 저는 두 번째였습니다."

"…"

"제가 살아 있는 줄 몰랐답니다.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튿날 제가 갔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

"두고 가면 안 되니까 끌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방패 끈을 봤습니다."

"그래서."

"갚을 자리가 없습니다."

"은혜를 베푼 것이면 갚으면 됩니다. 그런데 규정대로 한 것입니다."

"…"

"규정대로 한 것에는 갚을 자리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것이 딸을 줄 이유가 되느냐."

"…"

"목숨값으로 딸을 주느냐."

"아닙니다."

"그러면."

엘리암은 그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었다.

"그 사람에게는 아무도 없습니다."

"…"

"이 나라에 없습니다. 죽으면 거둘 사람이 없습니다. 시체를 끌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

"셋을 끌고 나온 사람인데 자기를 끌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잔을 봤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래서 네 딸을 주느냐."

"…"

"엘리암아. 그건 그 사람 사정이다."

"압니다."

방이 다시 조용해졌다.

한참 뒤에 엘리암이 말했다.

"아버지."

"…"

"그러면 어디 줍니까."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버지가 고개를 들었다.

"이 성에 아는 집이 있으십니까."

"…"

"저는 없습니다."

"열세 해를 군에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다 군인입니다. 성읍 어른을 모르고 지파 어른을 모릅니다."

"…"

"길로에는 아는 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거기 안 삽니다."

"아버지는 아십니까."

아버지가 대답하지 않았다.

궁에 자리는 받았다. 방 둘 있는 집을 받았고 왕이 부르면 간다.

직함은 있었다. 그런데 하는 일이 없었다.

하는 일이 없으면 상대 집에서 이쪽을 무엇이라고 부를지 정하지 못한다.

"없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예."

그것으로 끝이었다.

돌아가면서 엘리암은 마당을 지나갔다.

딸이 담 옆에서 무언가 널고 있었다.

그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지난가을에 처음 봤을 때 열여섯이라고 들었다.

두 살 때 보고 못 봤으니 열네 해였다.

얼굴이 누구를 닮았는지 그는 몰랐다. 어머니 쪽인지 이쪽인지.

물어볼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문을 나서면서 그는 한 번 뒤를 봤다.

딸이 아직 담 옆에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나갔다.

봄에 정했다.

혼담은 사람을 넣어서 했다. 이쪽에서 하나 저쪽에서 하나가 오가는 방식인데, 저쪽에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엘리암이 직접 말했다.

우리아는 방패 끈을 고치고 있지 않았다. 그날은 창을 갈고 있었다.

"내 딸이 열여섯이다."

"…예."

"혼처를 봐야 한다."

우리아가 손을 멈췄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저 말입니까."

"그렇다."

"…"

"싫으면 싫다고 해라."

우리아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창을 내려놓고 손을 옷에 닦았다.

"제가 여기 사람이 아닙니다."

"안다."

"땅이 없습니다."

"안다."

"…"

"저는 죽으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엘리암은 그를 봤다.

"그래서 주는 거다."

우리아가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무슨 뜻입니까."

엘리암은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아가 일어섰다.

그리고 절을 했다. 허리를 너무 깊이 숙이는 절이었다.

두 해가 지났는데 아직 그 절이었다.

혼인은 그해 여름에 했다.

이 성에 그 집안 사람이 없으니 잔치가 작았다.

군에서 스물쯤 왔다. 아버지가 앉아 있었고 어머니가 상을 봤다. 요압이 얼굴을 비치고 갔다.

우리아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밤에 아버지가 마당에 앉아 있었다.

엘리암이 옆에 앉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있다가 이렇게만 말했다.

"살림할 집은 어디로 하느냐."

"북쪽 언덕에 하나 봐뒀습니다."

"궁에서 가까운 데냐."

"가깝습니다."

"그래."

그것이 그날 나눈 말의 전부였다.

아무도 딸에게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