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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20장 — 창"
work: "밧세바"
part: "1권 · 다윗"
chapter: 22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22/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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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장 — 창

**예루살렘. 같은 날.**

<p class="coord">성경의 기록 · 사무엘하 6장 12–23절</p>

창은 벽 안쪽으로 깊었다.

여부스 사람들이 쌓은 벽이라 두꺼웠다. 창을 내면 굴처럼 나서, 밖을 보려면 그 굴 끝까지 몸을 들이밀어야 했다.

그녀는 그 앞에 서 있었다.

아침부터 성읍이 비어 있었다.

궤를 가지러 간다고 했다. 두 번째라고 했다.

첫 번째에는 사람이 죽었다고 들었다. 그 뒤로 석 달을 아무 일도 없었다가 다시 간다고 했다.

여자들은 가지 않았다.

낮이 길었다.

안뜰에 그녀와 종 몇이 있었다. 물을 긷고 곡식을 골랐다. 할 일이 많지 않았다.

여기서 그녀가 하는 일은 정해진 것이 없었다.

이 집에는 여자가 여럿이었다.

헤브론에서 올라온 이들이었다. 아히노암이 있고 아비가일이 있고, 그술에서 온 마아가가 있었다. 아이들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없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해가 기울 무렵에 소리가 왔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멀었다.

가까워지면서 갈라졌다. 나팔이 있었고 사람 소리가 있었고 그 사이에 뭔가 두드리는 소리가 있었다.

종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들어옵니다."

그녀는 창으로 갔다.

굴처럼 난 자리를 지나 끝까지 갔다. 벽이 차가웠다.

아래가 보였다.

성문 안쪽 길이 사람으로 차 있었다.

행렬이 들어오고 있었다. 앞쪽에 나팔 부는 자들이 있고, 그 뒤에 궤가 있었다.

궤는 사람이 메고 있었다. 넷이었다. 어깨에 채를 걸치고 발을 맞춰 걸었다.

사람들이 양쪽에서 소리를 질렀다.

행렬 맨 앞에 사람이 하나 있었다.

춤을 추고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녀는 그것을 보고 처음에는 누구인지 몰랐다.

거리가 있었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각도였다.

옷이 짧았다. 어깨에 걸치는 것 하나였다. 팔이 다 나와 있었고 다리도 무릎 위까지 나와 있었다.

뛰고 있었다. 힘을 다해서 뛰었다.

한참 보고 나서 알아봤다.

그녀는 창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계속 봤다.

그가 앞으로 갔다가 돌아왔다.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몸을 돌렸다. 옷이 벌어졌다.

길 양쪽에 종들이 나와 있었다. 물 긷는 여자들이 항아리를 든 채 서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버지는 저렇게 걷지 않았다.

그녀는 그 생각을 하고 나서, 그 생각을 한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키가 컸다.

사람들 사이에 서면 어깨 위로 머리가 나왔다. 걸을 때 보폭이 일정했다. 급해도 뛰지 않았다.

그것이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녀는 나중에 알았다. 왕이 된 뒤에 그렇게 걷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걷는 사람을 왕으로 세운 것이었다.

병이 왔을 때도 그랬다.

밤에 그것이 오면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게 했다. 등불을 끄게 했다.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모른다.

문 밖에서 소리를 들은 적은 있었다. 침상이 삐걱거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아침에 나오면 아버지는 다시 아버지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것을 지키다 무너졌다.

무너지는 것도 안에서 무너졌다. 밖에서는 끝까지 안 무너졌다.

지금 아버지는 없다.

길보아에서 자기 칼 위에 엎드러졌다고 했다. 목이 잘려 저쪽 신전에 갔고 몸이 벧산 성벽에 못 박혔다고 했다.

야베스 사람들이 밤에 가서 떼어 왔다고 했다.

떼어 온 것을 태웠다고 했다. 태우지 않으면 형태가 남지 않을 만큼 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 자리에 저 사람이 있다.

그리고 종들 앞에서 옷을 벗고 뛴다.

아버지가 사십 년을 지킨 것을 저 사람은 하루에 버린다.

그리고 버려도 아무 일이 없다.

아래에서 사람들이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창틀을 잡고 있었다.

손이 시렸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열세 해 전에도 그녀는 창 앞에 서 있었다.

그때는 밤이었고 아버지 집이었다. 아래에 그가 있었다.

줄을 내렸다. 그가 잡았다. 담 밑까지 내려가서 붙어 있다가 위를 한 번 봤다.

그때 그가 위를 봤다.

그녀는 그 얼굴을 봤다. 스물하나였다.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뛰었다.

그날 밤 그녀는 침상에 염소털을 놓고 옷을 덮었다.

아침에 사람들이 들어왔다. 병들어 누웠다고 했다. 침상째 들고 가라고 했다.

아버지 앞에 불려 갔다.

"어찌하여 나를 속이고 내 대적을 놓아 보내었느냐."

그녀는 아버지의 얼굴을 봤다.

"그가 저에게, 나를 보내라, 어찌하여 내가 너를 죽이게 하겠느냐, 하였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아버지가 그것을 안다는 것도 그녀는 알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버지는 그 뒤로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를 갈림 사람에게 주었다.

거기서 열두 해를 살았다.

그 집에는 나귀가 넷 있었고 밭이 있었다. 여름에 무화과를 말리고 겨울에 기름을 짰다.

손에 굳은살이 생겼다.

그 사람은 말이 많지 않았다. 저녁에 마당에 앉아서 하늘을 봤다. 그녀가 옆에 앉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었다.

열두 해였다.

기별이 왔을 때 그 사람은 사흘을 나오지 않았다.

방에서 안 나왔다.

그러다 넷째 날 아침에 나와서 그녀 짐을 실었다.

바후림까지 따라왔다.

거기서 아브넬이 돌아가라고 했다. 그 사람이 길 가운데 서 있었다.

그녀는 나귀 위에서 뒤를 봤다.

그 사람이 울고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래에서 행렬이 지나갔다.

궤가 장막 쪽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따라갔다.

앞에서 뛰던 사람이 멈춰 서서 무언가 말했다. 뭐라고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웃었다.

그녀는 창에서 나왔다.

저녁에 그가 들어왔다.

집에 축복을 하러 온다고 했다. 여자들과 아이들이 마당에 나와 서 있었다.

그녀도 나갔다.

그가 마당으로 들어섰다.

아직 그 옷이었다. 땀이 말라서 자국이 나 있었다. 얼굴이 붉었다.

여자들이 인사를 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미갈이 앞으로 나갔다.

"오늘 이스라엘 왕이 어떻게 영화로우셨는지."

마당이 조용해졌다.

"방탕한 자가 부끄러움 없이 몸을 드러내듯이."

"…"

"신하들의 계집종들 눈앞에서 몸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녀는 그 말을 다 하고 나서 서 있었다.

그가 말하려던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말하려던 것은, 아버지가 사십 년을 지킨 것을 왜 하루에 버리느냐는 것이었다. 저것이 없어져도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을 오늘 온 성읍이 봤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온 것은 종들 이야기였다.

다윗이 그녀를 봤다.

한참 봤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이는 여호와 앞에서 한 것이오."

"…"

"그가 당신 아버지와 그 온 집을 버리시고 나를 택하셔서, 나를 이스라엘의 주권자로 삼으셨소."

그녀는 그 말을 들었다.

아버지 이야기는 그녀가 꺼내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여호와 앞에서 뛰놀 것이오."

"…"

"내가 이보다 더 낮아지고 스스로 천하게 보일지라도, 당신이 말한 그 계집종들에게는 내가 높임을 받을 것이오."

그가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들이 흩어졌다.

그녀는 마당에 서 있었다.

그가 한 말 중에 틀린 것은 없었다.

종들은 그를 높일 것이었다. 오늘 그것을 봤다.

그리고 아버지의 집은 버려졌다. 그것도 사실이었다. 아버지가 죽었고 오빠들이 죽었고 이스보셋이 죽었고, 남은 것은 요나단의 절름발이 아들 하나였다.

버려졌다는 말이 맞았다.

그녀는 오래 서 있다가 안채로 들어갔다.

그날 밤 그는 오지 않았다.

그다음 밤에도 오지 않았다.

이 집에는 여자가 여럿이었고 아이들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