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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1장 — 판돈"
work: "밧세바"
part: "1권 · 다윗"
chapter: 13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13/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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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장 — 판돈

**길로. 그일라에서 돌아온 뒤. 다윗이 스물다섯 살이던 해.**

<p class="coord">기록 사이의 빈칸 · 직접 대응하는 성경 본문 없음</p>

열이틀 만에 사람이 왔다.

낯이 익었다. 그일라 안뜰에서 문 앞에 서 있던 자들 중 하나였다.

"기름값을 가져왔습니다."

자루를 내려놓았다. 은 조각과 곡식이 섞여 있었다. 값보다 많았다.

"이건 값보다 많소."

"그것도 전하라 하셨습니다."

"…무엇을."

"갚을 것이 있는데 지금은 줄 것이 없다고.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자루를 마당에 둔 채 앉아 있었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

땅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에게 땅이 없다. 자리를 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에게 자리가 없다.

지금 그 사람이 가진 것은 사람 육백뿐이다.

그일라 안뜰이 떠올랐다.

그는 그날 세 마디를 했다. 곡식을 며칠째 먹느냐고 물었고, 성문이 있는 성읍은 왕에게 등을 돌리지 못한다고 했고, 배은망덕해서가 아니라 성문이 있어서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짐을 싸는 소리가 성 안에 났다.

이튿날 육백이 성문을 나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그것을 여러 번 생각했다.

그가 평생 해온 일은 길가에 앉아 지나가는 소식을 듣고, 어긋난 것을 골라내고, 마을 사람에게 어느 밭을 언제 팔라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말해주면 대개 듣지 않았다. 듣는 사람도 절반만 들었다.

세 마디에 육백 명이 움직이는 것을 그는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앉은 자가 말하면 사람이 움직인다. 그가 그 자리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이 육백 명을 움직였다.

그러면 그 자리 옆에 계속 있어야 한다.

그는 셈을 했다.

마흔둘이었다. 눈이 나빠져서 저녁에 셈할 때 등불을 가까이 당겨야 했다. 아침에 손가락 마디가 뻣뻣했다가 한나절 지나면 풀렸다.

지금 저 무리는 육백이다. 두 해 전에 사백이었다.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는 판단했고 그 판단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래가지 않는 것과 지금 값이 싼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지금은 아무나 들어간다. 굶고 쫓기는 자리다. 자리를 청하면 그냥 준다.

저 무리가 무엇이라도 되면 그때는 못 들어간다. 줄을 서게 되고, 줄에는 이미 안에 있던 자들이 앞에 선다.

싸게 사는 때는 지금뿐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러면 누가 들어가는가.

그가 갈 수는 없었다. 밭이 있고 사람을 부린다. 그가 빠지면 이 집이 두 해를 못 간다.

그리고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가 잘하는 것은 기록되지 않는 종류였다.

싸움에 나간 자는 이름이 남는다. 몇을 죽였는지 세고, 세면 적는다. 길을 알려준 자는 적지 않는다. 언제 팔라고 말해준 자도 적지 않는다.

그는 평생 그런 일만 했다.

그날 저녁에 아들을 불렀다.

스무 살이었다. 어깨가 그보다 넓었고 손이 컸다. 밭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도 저녁에 물을 길어 왔다.

앉으라고 했다.

"네가 갈 데가 있다."

"…예."

"이새의 아들 무리다."

아들이 그를 봤다.

"왕이 쫓는 무리 말입니까."

"그렇다."

"…"

"내일모레 사람이 온다. 따라가라."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들은 묻지 않았다.

왜냐고 묻지 않았고, 얼마나 있어야 하느냐고 묻지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한참 있다가 이렇게만 물었다.

"밭은 누가 합니까."

"품을 산다."

"…예."

밤에 아내가 말했다.

"하나뿐입니다."

"안다."

"거기서 죽으면요."

"…"

"죽으면 이 집이 끝납니다."

"안다."

"아는데 왜 보냅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설명하면 아내가 반대할 것이었다. 반대하는 것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든다. 그리고 설득해도 마음은 안 바뀐다.

"자시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떠나는 날 아침에 그는 아들을 마당에 세웠다.

줄 것은 없었다. 무기는 그 집에 없었고, 있어도 청동이라 무거워서 짐만 된다. 옷은 입던 것이면 됐다.

두 가지를 말했다.

"말하지 마라."

"…예."

"묻는 말에는 대답해라. 안 물으면 말하지 마라. 네 생각도 말하지 마라.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라."

"예."

"그리고 남아라."

아들이 고개를 들었다.

"흩어질 때가 온다. 겨울에 올 수도 있고 내년에 올 수도 있다. 사람들이 하나씩 빠질 거다. 그때 남아라."

"…얼마나요."

"끝까지."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들이 나갔다.

담 모퉁이를 돌 때까지 그는 마당에 서 있었다. 아들은 돌아보지 않았다.

며느리가 아이를 안고 나왔다.

두 살이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마당 흙을 밟고 다녔다. 넘어지면 울지 않고 일어났다.

며느리는 담 쪽을 오래 봤다.

"어디까지 갑니까."

"멀지 않다."

"…"

"소식은 온다."

며느리가 고개를 숙였다.

아이가 그의 발치까지 걸어왔다.

옷자락을 잡았다. 잡고 서서 그를 올려다봤다.

그는 아이를 내려다봤다.

밭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들이 하던 일을 넷으로 나눠야 했다. 품을 사면 겨울 곡식이 그만큼 준다.

아이가 옷자락을 흔들었다.

그는 손을 내려 아이 머리에 잠깐 얹었다가 뗐다.

그러고 나서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