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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9장 — 나흘"
work: "밧세바"
part: "1권 · 다윗"
chapter: 11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11/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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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장 — 나흘

**유다 산지 남부. 이른 비 오기 전. 다윗이 스물다섯 살이던 해. 도망한 지 세 해.**

<p class="coord">기록 사이의 빈칸 · 사무엘상 23장 광야 도피기 · 직접 대응 기록 없음</p>

두 번 더 왔다.

여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매번 밤이었고 매번 담 밖에 서 있었다. 다시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왔다.

두 번 다 구덩이를 열게 했다.

세 번째로 왔을 때 그는 열지 않았다.

"이건 값이 붙습니다."

"…"

"세 번을 공짜로 받으면 사람이 갚을 생각을 안 하게 됩니다. 그런데 나는 당신들이 갚을 처지가 아닌 것도 압니다."

"…"

"그러니 다르게 하겠소. 내가 한번 가서 보겠소."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나귀에 기름 항아리 넷을 실었다.

파는 사람으로 가는 것이 편했다. 산지에서 기름은 어디서나 산다. 값을 물어보고 안 사면 그만이고, 며칠 머물러도 이상하지 않다.

가는 데 하루 반이 걸렸다.

수풀 안쪽이었다.

골짜기가 좁고 참나무가 배게 서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봐도 잘 보이지 않았다. 물이 흐르는 자리가 있고, 그 위쪽 비탈에 사람들이 흩어져 있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조 나누기였다.

물 긷는 조, 나무 하는 조, 아래 목장에 가 있는 조. 자리를 비운 조가 셋이었고 남은 자들이 그 몫을 채우고 있었다.

당연한 방식이었다. 사백 명이 한곳에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는 놀라지 않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보초는 셋이었다.

능선 하나, 골짜기 입구 하나, 물가 하나.

물가에 세운 것이 눈에 띄었다. 물가는 소리가 커서 사람 오는 것을 못 듣는 자리다. 그런데 물 뜨러 오는 짐승은 볼 수 있다. 짐승이 놀라는 방향을 본다.

쓸 만했다.

이런 것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봐야 안다. 몇 번 쫓겼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첫날은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기름 값이 안 맞아서 하루 묵는다고 했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었다.

앉아서 봤다.

저녁에 세는 것을 봤다.

무리 우두머리가 골짜기 입구에 나와 서 있었다. 돌아오는 조를 하나씩 봤다. 세는 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았는데, 다 들어온 다음에도 잠깐 더 서 있었다.

그러고 나서 들어갔다.

옆에 있던 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 매일 저럽니까."

"예."

"세는 겁니까."

"세죠."

"안 맞으면요."

"기다립니다."

"…"

"한번은 밤중까지 기다렸답니다. 셋이 늦었는데."

그 사람은 그 이야기를 자기가 본 것처럼 하지 않았다. 들은 것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알아봤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둘째 날에 나누는 것을 봤다.

떡이 부족했다. 조마다 받아가고 나니 남은 것이 얼마 없었다.

우두머리가 마지막에 받았다.

그는 셈해봤다.

사백 명이 보는 앞에서 마지막에 받는다. 값은 하루에 떡 한 덩이다. 그 값으로 사백 명이 그것을 본다.

싼 값이다.

계산이 맞는다고 그는 생각했다.

셋째 날에 다친 자가 났다.

바위에서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졌다. 아래쪽 마을에 내려갔던 조에서 났다.

무리는 그날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다. 왕의 군대가 남쪽으로 내려온다는 말이 있었다.

옮기지 않았다.

이틀을 더 있다가, 그 자를 나무에 매달아 넷이 지고 옮겼다.

그는 이것도 셈해봤다.

이틀 늦으면 위험이 는다. 넷이 지면 넷이 싸울 수 없다. 사람 하나 값으로 다섯의 손해가 난다.

계산이 맞지 않았다.

그런데 앞의 계산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 사백 명이 그것을 본다.

한 번 보여주면 될 것을 매번 하는가.

<p class="sep" aria-hidden="true">◆</p>

넷째 날 밤에 소리를 들었다.

우두머리가 내는 소리였다. 노래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가락이 있는데 말이 없었다.

골짜기가 좁아서 울렸다.

그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주위를 봤다.

말소리가 없었다. 불 옆에 앉은 자들이 그대로 앉아 있었고, 눕던 자는 눕던 자세로 있었다.

사기를 다스리는 방법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한참 뒤에 소리가 그쳤다. 그러고 나서도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옆에 앉은 자에게 물었다.

빚 때문에 왔다던 사람이었다. 헤브론 아래에서 왔다고 했다.

"여기 있으면 뭐가 좋소."

"딱히 좋을 건 없습니다."

"먹는 것도 모자라던데."

"모자랍니다."

"왕이 쫓지 않소."

"쫓지요."

"…그런데 왜 있소."

그 사람이 잠깐 생각했다.

"…글쎄요."

"빚은."

"그건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면 딴 데 가서 품을 팔면 되지 않소. 여기서 굶는 것보다 나을 텐데."

"그렇긴 하지요."

그러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다렸다.

"…한번 나가긴 했었습니다."

"…"

"가을에 나가서 스무 날쯤 있었습니다. 품삯도 받았고요."

"그런데."

"그냥 돌아왔습니다."

"왜."

그 사람이 웃었다.

"모르겠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는 그 대답을 적어둘 수 없었다.

밤에 누워서 다시 생각해봤다.

이 무리는 값이 없다. 여기 있어서 얻는 것이 없고, 있어서 잃는 것은 많다. 그런데 사람이 는다.

값이 없는데 사람이 모이는 것은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갈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런 자들이 절반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결론을 내렸다.

오래가지 못한다.

값 없이 모인 것은 값이 드는 순간 흩어진다. 지금은 굶는 정도지만, 겨울이 오고 사람이 죽기 시작하면 다를 것이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편해졌다.

떠나는 날 아침에 우두머리가 왔다.

기름 넷을 다 사겠다고 했다. 값은 절반만 지금 주고 나머지는 나중에 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라고 했다.

받을 생각은 없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길로에서 왔습니다."

"길로면 헤브론 아래군요."

"예."

젊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흙이 앉아 있었고 입술이 터져 있었다.

젊은 사람의 얼굴을 그는 그때 처음 가까이서 봤다.

스물다섯쯤 되어 보였다. 볕에 그을려 있었고 눈가에 아직 주름이 없었다. 손등에 흉이 두어 개 있었는데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는 잠깐 멈췄다.

밀고하지 않는 것은 증명할 수 없다. 그런데 이름은 남는다.

"…아히도벨입니다."

"아히도벨."

젊은 사람이 한 번 소리 내어 불렀다.

"기억하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왔다.

이른 비였다. 나귀가 자꾸 멈춰서 고삐를 감아 쥐고 끌었다.

걸으면서 셈했다.

기름 넷의 절반 값. 그동안 나간 보리 여섯 자루. 오가는 데 사흘.

크지 않은 값이었다.

크지 않은 값이면 밑질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