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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6장 — 놉"
work: "밧세바"
part: "1권 · 다윗"
chapter: 8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08/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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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장 — 놉

**놉. 안식일 이튿날. 다윗이 스물두 살이던 해.**

<p class="coord">성경의 기록 · 사무엘상 21장 1–9절 · 22장 6–23절</p>

떡을 갈아놓는 날이었다.

열두 덩이를 상에서 내리고 새것을 올린다. 내린 것은 제사장들이 먹는다. 하루 지난 것이라 딱딱해서 물에 적셔 먹어야 했다.

아히멜렉은 상보를 걷고 하나씩 옮겼다. 손이 마르면 부스러기가 붙었다.

아들이 반대편에서 받았다.

"아버지, 이쪽 것이 곰팡이가—"

"버려라."

"세 덩입니다."

"그래도 버려라."

아비아달이 떡 세 덩이를 안고 나갔다. 아직 스물이 안 됐다. 손놀림은 익었는데 판단은 아직 아니었다. 아까운 것을 못 버린다.

놉에는 제사장이 여든이 넘었다. 실로가 무너진 뒤에 흩어졌던 집안들이 이리로 모였다. 성읍 전체가 그 일로 먹고살았다. 밭도 있고 나귀도 있고 아이들도 있었다.

조용한 곳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뜰에 사람이 하나 있었다.

에돔 사람이었다. 왕의 목자장이라고 했다. 무슨 서원 때문인지 사흘째 성소 안에 머물러 있었다. 아침마다 뜰 그늘에 앉아 있다가 저녁에 들어갔다.

말이 없었다. 인사도 하지 않았다.

아히멜렉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왕의 사람이 성소에 머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오히려 자주 있었다. 그것이 이 성읍이 하는 일이었다.

정오 전에 발소리가 났다.

혼자였다.

아히멜렉은 그를 알아봤다. 왕의 사위였다. 몇 해 전부터 몇 번 왔었다. 올 때마다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이번에는 혼자였다.

옷에 먼지가 앉아 있었고, 신발 한쪽 끈이 다른 것으로 매여 있었다. 칼이 없었다. 왕의 사위가 칼 없이 다니지 않는다.

아히멜렉은 문간에서 멈췄다. 손이 떨렸다.

"어찌하여 홀로 오셨습니까. 함께한 자가 없습니까."

"왕께서 일을 맡기시면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하셨습니다."

"…예."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히멜렉은 그 말을 들었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그는 몰랐다. 알 방법도 없었다. 왕이 사위에게 은밀한 일을 맡겼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아니라고 할 근거는 없었다.

그리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왕에게 사람을 보내 확인해보겠다고 말하는 것은, 왕의 사위 앞에서 할 소리가 아니었다.

젊은 사람이 뜰 쪽을 봤다.

그늘에 앉은 사람이 있었다. 아히멜렉은 그쪽을 따라 봤다가 다시 돌아왔다.

둘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에돔 사람은 일어서지 않았다. 젊은 사람도 인사하지 않았다. 궁에서 얼굴을 아는 사이일 것이었다. 궁에는 사람이 많고, 서로 인사하지 않는 사이도 많다.

그러고 나서 젊은 사람이 시선을 거뒀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먹을 것이 있으면 다섯 덩이만 주십시오. 있는 대로."

<p class="sep" aria-hidden="true">◆</p>

보통 떡은 없었다.

성읍에는 있었지만 성소에는 없었다. 아침에 내린 것뿐이었고 그것은 거룩한 떡이었다.

"거룩한 떡밖에 없습니다."

"…"

"사람들이 여인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면 드릴 수 있습니다."

"사흘째 여인이 없습니다. 우리가 나올 때부터 그렇습니다."

아히멜렉은 잠깐 서 있었다.

법에는 방법이 있었다. 급할 때 거룩한 것을 일상으로 내리는 절차가 있었다. 자주 쓰는 절차는 아니지만 없는 절차도 아니었다.

그는 다섯 덩이를 쌌다.

싸면서 생각한 것은 이것이었다. 왕의 사위가 사흘을 굶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물어봐 주실 수 있습니까."

"무엇을."

"이 길이 되겠는지."

아히멜렉은 안으로 들어가 에봇을 걸쳤다.

주머니에서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매끄럽고 하나는 거칠었다. 손을 넣어 흔들고, 눈을 감고, 하나를 집었다.

매끄러운 쪽이었다.

"가시면 됩니다."

젊은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 일을 스무 해 넘게 했다. 사람들은 여기 와서 물었고, 그는 흔들어서 하나를 꺼냈고, 나온 것을 말해줬다. 그리고 그것을 응답이라고 불렀다.

그는 그렇게 배웠고, 아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는 중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여기 창이나 칼이 있습니까. 급히 나오느라 아무것도 못 챙겼습니다."

"…있습니다."

에봇 뒤 벽에 세워둔 것이 있었다.

보자기에 싸여 있었고 아래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는 그것을 끌어냈다. 무거워서 두 손으로 들어야 했다.

보자기를 풀었다.

철이었다.

날 길이가 팔뚝 두 개였다. 자루에 가죽을 감았던 자리가 삭아서 벗겨져 있었다. 날에 이가 빠진 데가 두 군데 있었다. 그것 말고는 멀쩡했다.

엘라 골짜기에서 나온 것이었다. 전리품으로 여기 들어와서 그 뒤로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이것 말고는 없습니다."

젊은 사람이 칼을 받아들었다.

받아들고 한참 서 있었다. 손목을 한 번 돌려봤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주십시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가는 것을 문간에서 봤다.

떡 자루를 어깨에 메고 칼을 옆구리에 끼고 걸어 나갔다. 성읍 남쪽 길로 내려갔다.

뜰 그늘에 에돔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히멜렉은 그것을 봤다.

봤고, 그대로 들어갔다.

왕의 사람이 뜰에 있고, 왕의 사위가 마당을 지나갔다. 그 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닷새 뒤에 사람이 왔다.

기브아로 오라고 했다. 아비 집의 사람을 다 데리고 오라고 했다.

아히멜렉은 옷을 갈아입었다.

떠나기 전에 아들을 불렀다.

"너는 남아라."

"왜요."

"상을 봐야 한다. 안식일이 이틀 뒤다."

"형님들도 다 가시는데—"

"남아라."

아비아달이 입을 다물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남아야 했고, 막내가 남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는 그렇게 정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기브아까지 두 시간이었다.

여든다섯이 걸어갔다. 에봇을 입은 자만 세어 그렇고, 뒤에 따라온 사람까지 하면 백이 넘었다. 늙은 사람들도 있었다.

왕은 언덕 위 위성류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손에 창을 들고 있었다. 신하들이 둘러서 있었다.

에돔 사람이 왕의 옆에 서 있었다.

아히멜렉은 그것을 보고 무슨 일인지 알았다.

왕이 에돔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말하라."

에돔 사람이 한 걸음 나왔다.

"제가 놉에 있었습니다. 이새의 아들이 왔습니다."

"…"

"아히멜렉이 그에게 떡을 주었습니다. 다섯 덩이였습니다. 상에서 내린 떡이었습니다."

아히멜렉은 그것을 들었다.

"칼을 주었습니다. 벽에 세워둔 것을 꺼내서 주었습니다."

맞았다.

"에봇을 걸치고 그를 위하여 물어주었습니다."

맞았다.

에돔 사람이 말을 마치고 물러섰다. 목소리가 높지 않았다. 손짓도 없었다. 본 것을 순서대로 말했고, 순서가 틀리지 않았다.

거짓이 하나도 없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어찌하여 너희가 나를 대적하여 공모하였느냐."

왕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이새의 아들에게 떡을 주고 칼을 주고, 그를 위하여 하나님께 물었으니, 그가 오늘 나를 대적하여 매복하게 하였도다."

아히멜렉은 대답했다.

"왕의 모든 신하 중에 누가 다윗과 같이 충성되리이까. 그는 왕의 사위이며, 왕의 명령을 받드는 자이며, 왕의 집에서 존귀한 자가 아니니이까."

말하면서 그는 자기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았다.

이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그날 그 마당에 서 있던 사람은 왕의 사위였다. 그는 왕의 사위에게 떡을 줬다.

"제가 그를 위하여 물은 것이 그날이 처음이니이까. 결단코 아닙니다. 왕이시여, 종과 종의 아비 집에 아무것도 돌리지 마옵소서. 종은 이 모든 일의 크고 작은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정말 몰랐다.

그것이 문제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너는 반드시 죽으리라, 아히멜렉아. 너와 네 아비의 온 집이 다 죽으리라."

왕이 옆에 선 자들에게 손을 들었다.

"돌아가서 여호와의 제사장들을 죽이라."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이었다. 창을 든 자들이 서로를 봤다가 땅을 봤다. 손을 대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아히멜렉은 그 침묵을 들었다.

그 순간 그는 생각했다. 안 죽이겠구나. 왕이 화가 나서 한 말이구나. 며칠 지나면 다들 돌려보낼 것이다.

왕이 일어섰다.

왕이 먼저 벤 것은 아히멜렉의 형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창이었다. 한 번에 되지 않아서 두 번 찔렀다.

그러고 나서 뒤로 물러섰다. 숨이 가빴다. 손잡이에 피가 묻어 미끄러웠는지 창을 옮겨 쥐었다.

그다음은 에돔 사람이었다.

옆에 선 사람을 베고, 뒤에 있던 노인을 베고, 그다음은 세지 않았다. 사람들이 흩어지려 했지만 언덕이었고 아래에 창을 든 자들이 서 있었다.

아히멜렉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에봇 자락을 잡고 서 있었다. 손이 떨려서 자락이 흔들렸다.

에돔 사람이 그의 앞으로 왔다.

마지막에 그가 생각한 것은 상이었다.

안식일이 이틀 뒤였다. 떡을 열두 덩이 구워서 올려야 했다. 아들이 혼자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반죽을 늘 되게 잡는 버릇이 있었다.

성읍은 괜찮을 것이었다.

성읍에는 여자들과 아이들과 나귀와 양이 있었고,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죽이는 법은 없었다.

그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