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1장 — 여덟째"
work: "밧세바"
part: "1권 · 다윗"
chapter: 3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03/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

# 1장 — 여덟째

**베들레헴. 여름 끝. 다윗이 열다섯 살이던 해.**

<p class="coord">성경의 기록 · 사무엘상 16장 1–5절</p>

우리 입구를 막은 돌은 혼자 굴리기에 무거웠다. 다윗은 어깨를 대고 밀었다. 돌이 반 뼘쯤 움직이다 멈췄고, 발을 바꿔 디디고 다시 밀었다.

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나오는 대로 셌다. 예순셋이었다. 어제도 예순셋이었다.

마지막에 나온 것은 다리를 저는 놈이었다. 봄에 돌 틈에 발을 끼웠던 것이 아직 낫지 않았다. 그는 그 놈이 나올 때까지 문 앞에 서 있다가, 지나가고 나서 돌을 도로 밀어놓았다.

마당에 물이 끓고 있었다.

형들이 나와 있었다. 엘리압이 웃통을 벗고 앉아 있었고, 아비나답이 대야를 들고 있었다. 삼마는 안에서 뭔가를 찾는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담 옆에 서서 길 쪽을 보고 있었다.

아침에 이렇게 물을 끓이는 날은 일 년에 몇 번 없었다.

그는 마당 가장자리로 지나갔다. 개가 없어서 양은 앞세워 몰아야 했고, 마당을 가로지르면 똥을 밟게 되니 형들이 싫어했다.

엘리압이 고개를 들었다.

"저리 붙여."

그는 지팡이로 양의 옆구리를 눌러 담 쪽으로 붙였다.

아무도 더 말하지 않았다. 그도 묻지 않았다. 물어본 적이 없었다.

성문 쪽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여러 명이었다. 그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골목으로 나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동쪽 비탈까지 걸어 올라가는 데 한 시간쯤 걸렸다.

여름 끝이라 풀이 짧았다. 좋은 풀은 골짜기 안쪽에 있었지만 거기는 그늘이 없었다. 그는 테레빈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양을 위쪽으로 풀었다.

양은 위로 오른다. 놓아두면 계속 오른다. 그러다 능선을 넘으면 반대편 골짜기로 흩어지고, 흩어지면 저녁까지 못 모은다.

그는 자루에서 돌을 꺼냈다.

강돌은 무거워서 세 개만 가지고 다녔다. 나머지는 그냥 밭에서 주운 것들이었다. 모양이 고르지 않아 어디로 갈지 몰랐지만 어차피 맞히려는 게 아니었다.

물매를 두 번 돌려 능선 쪽으로 던졌다.

돌이 앞장선 놈 두어 걸음 앞에 떨어졌다. 흙이 튀었다. 그 놈이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뒤따르던 것들도 멈췄다.

그는 다시 앉았다.

한 번 더 던져야 할 때가 오면 던지면 됐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정오쯤 물을 먹이러 내려갔다.

저수조는 마을 남쪽 밭 끝에 있었다. 겨울에 받아둔 물이 여름 끝까지 갔지만 이맘때면 바닥이 얕아져서 두레박을 여러 번 던져야 했다.

성문 곁 우물이 물은 더 좋았다. 차고, 맛이 달랐다. 그런데 거기는 여자들이 쓰는 곳이고 양을 데려가면 욕을 먹었다.

그는 저수조 물을 길어 구유에 부었다.

양이 몰려들었다. 다리 저는 놈은 늦게 왔다. 그는 그 놈이 마실 때까지 옆에 서서 다른 것들을 지팡이로 밀어냈다.

오후에 새끼 한 마리가 처졌다.

봄에 난 것 중에 제일 작았던 놈이었다. 어미가 젖을 잘 물리지 않아서 여름 내내 뒤처졌다. 그는 그 놈을 안아 올려 무릎에 놓고 발굽 사이를 봤다.

파리 알이 붙어 있었다.

손톱으로 긁어내고, 자루에서 기름 담은 뿔을 꺼내 발랐다. 냄새가 났다. 새끼가 다리를 접었다 폈다.

"가만있어."

그는 다 바르고 나서 새끼를 내려놓았다. 새끼가 몇 걸음 가다가 서서 돌아봤다. 그는 손을 흔들지 않았다. 새끼가 다시 걸어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늘이 길어졌다.

그는 양을 아래로 몰기 시작했다. 물매를 능선 쪽으로 한 번 더 던졌고, 무리가 방향을 돌렸다.

혼자 있으면 소리를 냈다. 노래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길게 이어지는 소리였다. 양들이 그 소리를 안다. 소리가 계속 나면 흩어지지 않는다.

그는 걸으면서 소리를 냈다.

골짜기 건너편에서 자칼이 울었다. 아직 해가 있었다.

사람이 뛰어오고 있었다.

밭 사이 길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옷자락을 걷어쥐고 있었다. 아버지 집에서 품을 파는 사람이었다.

그는 지팡이를 세우고 기다렸다.

그 사람이 가까이 와서 무릎에 손을 짚고 숨을 골랐다. 얼굴이 붉었다.

"다윗, 아버지가 찾습니다."

그는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가요?"

"예."

지팡이 끝으로 흙을 눌렀다. 눌린 자리가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양은 어떻게 할까요."

"제가 살피겠습니다."

그는 비탈을 봤다. 예순세 마리가 흩어져 있었다.

"왜죠?"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이 손등으로 이마를 닦았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귀한 분처럼 보이는데... 형제들이 모두 모여 있고, 서 있습니다."

내려가는 데 반 시간이 걸렸다.

집 앞 골목에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마을 어른들이었다. 그가 지나가자 말이 끊겼다. 누군가 그의 얼굴을 봤고, 그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마당에 형들이 서 있었다. 아침에 씻고 갈아입은 옷 그대로였다. 엘리압이 그를 보고 뭔가 말하려다 말았다.

아버지가 문간에 있었다.

안쪽에 늙은 사람이 하나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 옆에 뿔이 놓여 있었다.

그는 마당 한가운데 섰다.

손에는 아직 물매가 쥐어져 있었다. 돌 두 개가 자루에 남아 있었고, 신발에는 저수조 진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