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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제1장 – 그날, 시작되다"
work: "그 날의 시선"
part: "그 날의 시선"
chapter: 2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that-day/02/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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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 그날, 시작되다

새벽이 깨어나는 소리는 언제나 가장 조용했다.

아직 종도 울리지 않았고, 하늘은 파랗지도 않았으며,

창호지 너머로 스며드는 빛은 색이 없었다.

하늘이 아니라 공기가 먼저 깨어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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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루 끝에 앉아 있었다.

손끝이 시렸다.

처음에는 새벽공기 탓이라 생각했지만,

곧 알았다.

내 손이, 스스로의 떨림을 잡으려 쥔 손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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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 숨을 들이마셨고, 일곱 번 내쉬었다.

조용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게.

내가 입은 옷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그저, 속적삼을 하나 더 껴입었을 뿐이다.

오늘은 달려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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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엔 아직 어둠이 머물러 있었고,

문지방 아래로는 무겁고 오래된 공기가 흘렀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돌아서기 전, 벽에 걸린 거울을 바라봤다.

나는 내 얼굴이 낯설지 않도록 매일 아침 거울을 본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전장에 나가기 전에,

누구보다 나를 먼저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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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따라 걸었다.

소리나지 않도록,

모두가 아직 잠든 채로 있는 그 틈새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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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는 길었다.

긴 복도는 숨을 고르기에 알맞다.

나는 걸으며, 지나치는 기둥의 수를 셌다.

셋째 기둥은 유난히 나무결이 거칠다.

다섯째 기둥 앞에는 할아버지 아히도벨이 내 머리를 만지며,

이 길 끝에 어떤 사람이 앉아 있을지 물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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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은 알고 있다.

그 사람이 오늘 말을 하게 된다.

**아니, 오늘 그 사람이 말을 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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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단은 내 발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새벽 기도를 막 마친 듯한 옷차림이었다.

말이 필요 없었다.

그는 어젯밤 내 눈빛을 기억했고,

나는 오늘 아침 그가 한숨을 덜 깊게 쉰 걸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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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었다.

“지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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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 대신 눈을 감았다.

잠시.

그러고 나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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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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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는 것이, 그날의 언어였다.

말은 우리 편이 아니다.

말은 기록된다.

오늘 필요한 건 침묵의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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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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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채로 돌아가 아이에게 입힐 옷을 꺼냈다.

그 애는 벌써 일어나 있었다.

다른 날보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그 애는 눈을 뜨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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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애를 바라보다,

문득 오래전 다윗이 처음 내 방으로 들어왔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 나는 무엇을 입고 있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그 날은 물로 씻긴 후 모든 기억이 함께 씻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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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아이는 내 앞에 그대로였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나는 매일 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잊지 않기로 했다.

이 아이는 내 과거가 아니라, 내 결심이다.

나는 사독을 찾았다.

그는 이미 기혼샘 근처에 사람을 배치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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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부탁드립니다.

기혼 샘 남쪽 그늘 아래,

그가 누구인지 말하지 말고 지켜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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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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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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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나야는 늘 그렇듯 침묵을 흘렸다.

나는 그의 눈빛을 읽었고,

그는 내가 눈으로 내린 명령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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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말씀이 끝나면 바로.”

그 말만 남기고 나는 복도를 걸어갔다.

그가 뒤돌아 말을 탄 전령을 문 앞에 세우는 것을

나는 보지 않았다.

그건 신뢰였다.

오늘 그 어떤 말보다 믿을 수 있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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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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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다윗의 방 앞에 서 있다.

문은 여전히 두 겹이었다.

두 개의 문 사이엔 공기가 무거웠다.

그 사이에 아비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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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얇은 옷을 걸치고 있었고,

머릿결은 풀린 채였다.

그 아이는 내게 인사하지 않았다.

나는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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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좀 비켜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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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두 걸음 물러섰고,

나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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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은 어두웠다.

아직 촛불을 켜지 않은 새벽.

불이 없는 방은 모든 것이 평등해진다.

다윗의 형체는 천 위에 고요히 누워 있었고,

그의 숨소리는 아주 작고 고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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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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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가가 앉았다.

나단은 문가에 머물렀고,

나는 천천히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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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시여…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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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누워 있었다.

눈꺼풀은 닫혀 있었지만, 잠들지 않은 자의 숨결이었다.

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 앞에 앉는 일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마지막처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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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의 호흡을 들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떨리는 소리는 되도록 숨겼다.

하지만 그 떨림은 결국 말을 뚫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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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야가 잔치를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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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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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압도, 거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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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나는 그 미세한 떨림에 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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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시여... 그들은 왕이 더는 움직이지 않으신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더는 선택하지 않으리라 믿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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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숙였다.

바닥이 차가웠다.

나는 눈을 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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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내가 본 당신은… 왕도, 영웅도 아니었습니다.”

“늘 외로웠고, 늘 아팠고… 늘 피 위에 앉아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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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건 일부러가 아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고여 있던 것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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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우리아를 잃었고,

첫 아이를 잃었고,

그리고 당신도 잃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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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눈꺼풀이 천천히 떠졌다.

그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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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그건 연기가 아니었고, 증언도 아니었다.

그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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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찾아왔을 때,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네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당신은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나를 통해 당신을 기억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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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주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에 불빛은 없었지만,

그 어두움 속에서 나는

아직 남아 있는 한 줌의 마음을 보았다.

나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입술이 바닥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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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시여…

이 아이들까지 잃게 하지 마십시오.

우리를 또 잃지 마십시오.

내가 죽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네 아이를,

당신의 피를,

당신이 선택하지 않아 잃게 하진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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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끝나자, 나는 입을 닫았다.

방 안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의 숨소리조차 멎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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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간처럼, 긴 정적이 흐른 뒤—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 떨구었다.

입술은 굳어 있었고, 눈물은 없었다.

노인은 더는 울지 않는다.

그는 다만,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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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아주 낮게, 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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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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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마저 보낼 순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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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하시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말은 문서가 아니었고, 명령도 아니었지만

나는 알았다.

이제,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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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에서 나단이 문틈을 열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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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