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Session 3 – 압살롬"
work: "다윗 왕가의 남자들"
part: "상담 기록"
chapter: 3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men-of-david/03/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

# Session 3 – 압살롬

그는 두리번거렸다.

벽도 없고, 천장도 없고, 창도 없었다.

공간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한 어딘가.

<div class="sp"></div>

그러나 그는 걷고 있었다.

구체도 없고, 경계도 없었지만

발밑에는 확실히

자신의 발소리가 났다.

<div class="sp"></div>

그는 뭔가 불쾌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div class="sp"></div>

“이게 무슨 장난이오.

여기, 누구 있소?”

<div class="sp"></div>

“어서 오세요, 압살롬님.”

<div class="sp"></div>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멈춰 섰다.

<div class="sp"></div>

“…그 이름을 아는군.”

<div class="sp"></div>

“물론입니다.”

<div class="sp"></div>

“왕자에게는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적어도 명확한 소개는 있어야죠.”

“여긴 궁정도, 군사회의도 아닙니다.

소개가 필요 없다면, 하지 않겠습니다.”

<div class="sp"></div>

그는 말문이 막힌 듯, 잠시 침묵했다.

<div class="sp"></div>

“…여긴, 도대체 뭐요?”

<div class="sp"></div>

“당신이 여기 왔다는 것 자체가

그 질문에 답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div class="sp"></div>

그는 불쾌한 듯 입을 굳혔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div class="sp"></div>

“…나는,

나쁜 의도로 살지 않았소.”

<div class="sp"></div>

“그렇습니까.”

<div class="sp"></div>

“나는—”

<div class="sp"></div>

그는 스스로 멈췄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들고

허공을 향해 말했다.

<div class="sp"></div>

“나는 단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오.”

<div class="sp"></div>

“어떤 일 말씀이시죠?”

<div class="sp"></div>

“형을 죽이는 일. 아니, 정의를 구현하는 일 !”

<div class="sp"></div>

“암논 말씀이시군요.”

“그건…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소. 아니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소.

나는 두 해를 기다렸소.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소.

아버지는 침묵했고,

다말은 울고 있었고,

나는…

그걸 견딜 수 없었소.”

<div class="sp"></div>

“그럼, 정의를 실현하신 겁니까?”

<div class="sp"></div>

“그렇소.”

<div class="sp"></div>

“그 대가가 어떤 건지 알고 계셨나요?”

<div class="sp"></div>

“나는—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었소.

그래서 도망친 거요.”

<div class="sp"></div>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도망쳤다고요?”

<div class="sp"></div>

“…그건—”

<div class="sp"></div>

“그건 무엇이었을까요?”

<div class="sp"></div>

그는 처음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고개를 가만히 흔들었다.

<div class="sp"></div>

“…아버지가 날 불렀으면…

나는 돌아왔을 거요.”

<div class="sp"></div>

“아버지께서 당신을 부르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분은…

내가 없는 듯 행동했소.”

<div class="sp"></div>

“그분이 날 부르지 않은 건,

나를 용서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했소.”

<div class="sp"></div>

“그래서,

왕이 되려고 하신 겁니까?”

<div class="sp"></div>

그는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div class="sp"></div>

“나는—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 게 아니오.”

<div class="sp"></div>

“그럼,

왜 후궁들을 차지하셨나요?”

<div class="sp"></div>

“…그건 정치였소.”

<div class="sp"></div>

“누구를 위한 정치였나요?

당신의?”

<div class="sp"></div>

“민심이 있었소.

사람들이 나를 따랐고,

나는…

그들에게 보여줘야 했소.

내가 왕의 자격이 있다고.”

“그럼, 왕은 자격으로 되는 자리인가요?”

<div class="sp"></div>

그는 말이 없었다.

<div class="sp"></div>

“당신은 그 자리에 어울린다고 느끼셨나요?”

<div class="sp"></div>

“…나는 아버지보다 젊었고,

지혜로웠고,

민심이 있었고,

용기가 있었소.”

<div class="sp"></div>

“그렇군요.”

<div class="sp"></div>

“그럼 나는—”

<div class="sp"></div>

“그럼 당신은,”

그녀가 조용히 말을 끊었다.

<div class="sp"></div>

“왕이 아니라,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div class="sp"></div>

그는 말이 없었다.

<div class="sp"></div>

“당신은…

아버지를 원하셨던 것 같아요.”

<div class="sp"></div>

“…나는 그저,

그분이 날 한 번이라도

불러주길 바랐소.”

“그분이 당신을 부르지 않았을 때,

**당신은 스스로를**

**왕이라 불렀죠**.”

<div class="sp"></div>

그는 입을 다물었다.

<div class="sp"></div>

그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div class="sp"></div>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듣고 있었다.

<div class="sp"></div>

“나는 누구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
내가 멈춰야 한다고 믿었소.”

“하지만… \
내가 멈추지 않았던 건, \
누군가 날 \
‘그만하라고’ \
말해주길 \
기다렸던 것인지도 모르오.”

<div class="sp"></div>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종이 위에 펜을 내려놓고

조용히 말했다.

<div class="sp"></div>

“이제…

부를 수 있습니다.”

압살롬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머리칼이 어깨 앞으로 떨어졌다.

<div class="sp"></div>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그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div class="sp"></div>

“아버지.”

<div class="sp"></div>

“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div class="sp"></div>

“당신은…

나의 아버지입니다.”

<div class="sp"></div>

그는 눈을 감았다.

어릴 적 그의 손을 붙잡고

들판 끝을 걸어가던 그림자 하나가

마음 안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div class="sp"></div>

“나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암논을 죽인 날 이후,

당신이 나를 부르기만을

기다렸습니다.”

<div class="sp"></div>

“그때…

당신이 나를 불렀다면,

나는 갔을 것입니다.”

<div class="sp"></div>

“나는…

당신이 그 일을 하지 않아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다말이 울고 있었고,

형은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고,

당신은 조용했습니다.”

<div class="sp"></div>

그는 숨을 한 번 삼켰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다.

<div class="sp"></div>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섰습니다.

아버지의 자리에.”

<div class="sp"></div>

“하지만 이제 압니다.”

<div class="sp"></div>

“그 자리는

정해지지 않은 시간에

아들이 들어가면 안 되는 자리라는 걸.”

<div class="sp"></div>

“그건 내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div class="sp"></div>

“아버지,

나는 당신의 아들이고

당신은 나의 아버지입니다.”

<div class="sp"></div>

“이 사실은…

끝내 변하지 않았습니다.”

<div class="sp"></div>

그 말이 끝났을 때,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숨결은

처음으로

부드럽게 들렸다.

<div class="sp"></div>

잠시 후,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div class="sp"></div>

“암논.”

<div class="sp"></div>

“당신은 나의 형이고

나는 당신의 동생입니다.”

<div class="sp"></div>

“당신은…

다말을 범했습니다.”

<div class="sp"></div>

“그 일은…

당신과 다말의 일입니다.

내가 가져가선 안 될 일이었습니다.”

<div class="sp"></div>

“하지만 나는…

그 일을

내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div class="sp"></div>

“나는 당신을 죽였습니다.”

<div class="sp"></div>

그는 잠시 멈췄다.

손끝이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div class="sp"></div>

“당신의 죽음은

나의 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div class="sp"></div>

“그 책임은

나의 것입니다.”

<div class="sp"></div>

“나는 그 책임을 감당하겠습니다.”

<div class="sp"></div>

공간이 조용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예전의 차가운 침묵이 아니었다.

<div class="sp"></div>

말이

자리를 찾고,

관계가

흐름을 회복하고,

존재가

고백으로 다가서는 그 순간—

침묵은

**치유가 시작되었다**.

<div class="sp"></div>

하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div class="sp"></div>

“당신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다시 세우셨습니다.”

“당신은,

형과 동생의 경계를

회복하셨습니다.”

<div class="sp"></div>

압살롬은

자리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아직 어깨를 덮고 있었지만,

그의 어깨는

처음보다 훨씬 낮고

가벼워 보였다.

<div class="sp"></div>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div class="sp"></div>

**이미**

**모두 말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