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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Chapter 4. 보름"
work: "밧세바(원판)"
part: "밧세바 2 : 밧세바 - 잠언의 시대"
chapter: 20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2025/20/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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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보름

“저녁 때에 다윗이 그의 침상에서 일어나 왕궁 옥상에서 거닐다가, 그 곳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보니 심히 아름다워 보이는지라.” (사무엘하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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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보름이었다.

달이 창가에 닿을 듯 떠 있었고,

예루살렘의 구석마다 흰빛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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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침상에서 일어났다.

요즘은 자주 깼다.

자려고 누워도, 생각이 쉬지 않았고,

꿈이 없었고, 기도가 없었으며,

사무엘의 목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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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맨발로 옥상에 올랐다.

밤공기는 서늘했지만,

그에겐 적당한 마취제였다.

말 없는 벽, 빛 없는 하늘,

그 모든 정적이 유일하게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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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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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세바는 몸을 물에 담그고 있었다.

밤이 깊었고, 옷은 풀어졌고,

머리카락은 반쯤 젖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젖히고 어깨를 드러냈다. \
물결이 따라 움직이며 쇄골을 적셨고, 젖은 가슴이 드러났다.

붉은 살갗이 검은 하늘과 대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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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우연처럼 그곳에 있었고,

모르는 듯 움직였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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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가 매일 밤 옥상에 오른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가 어느 방향을 보는지,

어디까지 시선이 닿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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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은 느렸고,

자세는 정숙했고,

그러나 물이 따라 흐를 때,

그녀의 다리는 완전히 감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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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가 물 위로 드러난 순간—

그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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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그녀의 이름도 몰랐다.

그녀가 누구의 아내인지,

그녀가 그를 보고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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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눈은 돌이킬 수 없었고,

발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 밤, 그는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계속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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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그는 전령을 불렀다.

“그 여인이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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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암의 딸이며,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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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래 침묵했다.

그러나 손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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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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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령이 도착했을 때,

밧세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연기였지만,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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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알고 있었다.

한 번 초대받는다는 것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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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 들어선 그녀는 머리를 낮게 묶었고,

옷은 무릎 아래까지 정숙하게 내려왔으며,

눈은 바닥을 향했으나,

심장은 정확히 방향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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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올려다보았고,

그녀는 조심스레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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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시여…인사 드립니다.”

그는 말이 없었다.

한참을. 정말로. 관찰인지, 망설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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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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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출정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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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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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신뢰합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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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당신도 나를 믿어도 됩니다’

그 말이, 들리지 않도록 들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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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가오지 않았다.

그는 왕이었지만, 남자이기도 했다.

욕망은 있었지만, 죄를 알고 있었다.

그는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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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녀는 수줍어하면서 아주 작게 웃었다.

아주 작은 웃음이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시선이 부드럽게 옮겨갔다. 짧은 표정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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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순간,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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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세바는 천천히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그녀의 어깨끈 하나가 흘러내렸다. \
우연처럼,

그러나 너무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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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건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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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다윗은 처음으로 기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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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세바는 다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머리는 다시 단정히 묶여야 했고,

걸음은 아무일이 없던 것처럼 조용 해야했고,

눈빛은 조금 흔들려야 했다.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연기하는 두려움이 드러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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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바닥에 길게 드리운 그녀의 그림자가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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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밧세바는 전령에게 쪽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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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잉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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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종이를 접지 못했다.

그는 눈을 감았고,

숨을 길게 쉬었다.

그러나 쉼은 오지 않았다.

“죄는 그날 밤 일어났다. \
그러나 그 죄는 구조였고, \
그 구조는 이미 예정된 움직임이었다.”

“밧세바는 유혹하지 않았다. \
다만, 왕의 마지막 주저를 \
‘허락’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