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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4. 세 장의 집게"
work: "B — 존재의 탄생"
part: "4부"
chapter: 18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18/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6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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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세 장의 집게

따로 한 장에는 일곱 줄이 모두 이스텔라의 말로 적혀 있었다.

화요일 저녁의 놓음이 남긴 것이었다. 지난주에 만든 일곱 줄을 정리하면서, 다리는 줄마다 이름을 붙여 두었다. 이스텔라 코헨이 제안. 이스텔라 코헨이 제안. 일곱 번.

"내가 쓴 건 맞아."

이스텔라가 말했다. "내가 말한 건 두 개야."

그날 세 사람은 불렀고, 이스텔라가 종이에 받아 적어 사진으로 올렸다. 올린 사람은 하나였다. 다리는 올린 사람을 보고 쓴 사람을 정했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맞았다. 문서에 손을 대는 사람은 셋이었고, 셋은 각자 자기 계정으로 쳤으니까.

조르두가 일곱 줄을 내려 읽었다. 그는 어느 줄을 자기가 불렀는지 말하려다가 멈췄다. 허락받지 않은 것은 열지 않는다. 그 줄은 자기가 불렀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정민서가 동시에 불렀고, 이스텔라가 두 번 받아 적었던 줄이기도 했다.

"이건 내가 불렀어."

"제가 불렀던 것 같은데요."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멈췄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이스텔라가 웃었다. 오랜만에 소리 내어.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사람들은 무엇을 기억하는 것보다 그걸 어디서 얻었는지를 훨씬 잘 잊어. 누가 한 말인지, 꿈에서 본 건지 실제로 본 건지. 남의 생각을 몇 달 뒤에 자기 생각으로 말하기도 해. 아주 진지하게. 그걸 훔친다는 생각도 없이."

"그럼 우리 둘 중 하나는—"

"아니면 둘 다." 이스텔라가 말했다. "그때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떠올렸을 수도 있고. 우리 쪽에서는 그걸 출처 기억이라고 불러. 무엇은 남는데 어디서가 빠져."

정민서는 태블릿을 뒤적였다. 그녀는 그날의 일곱 줄을 따로 적어 두지 않았다. 문서에 있으니까. 문서에는 올린 사람만 있었다.

"배의 조타실에서도 그럴까요."

그녀가 물었다. "받아 적는 사람은 숫자만 적을까요, 누가 불렀는지도 적을까요."

"적어." 이스텔라가 말했다. "왼쪽, 오른쪽. 숫자가 이상하면 다시 재야 하니까. 누구한테 다시 재라고 할지 알아야 해."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정민서가 가방에서 종이 뭉치를 꺼낸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녀가 태블릿 대신 종이를 들고 온 것은 처음이었다. 일부러 인쇄해 온 것이었다. 두꺼웠다. 작은 집게로 묶여 있었다.

"사백육십 년쯤 전에 두 학자가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한 사람은 나라에서 가장 이름이 높은 학자였고, 다른 사람은 스물여섯 살 아래의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젊은 사람이 먼저 반대했어요. 사람의 마음에서 착한 것과 감정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해서."

"그래서?"

"팔 년을 주고받았습니다. 끝까지 같아지지 않았고요. 나이 많은 학자가 자기 문장을 고친 곳도 있고, 젊은 학자가 물러선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편지들은 지금도 남아 있어요. 누가 쓴 편지인지, 언제, 무엇에 대한 답인지. 고친 문장과 고치기 전 문장이 나란히요."

그녀는 집게를 풀지 않고 뭉치를 탁자 위에 놓았다.

"한 사람이 이겼다면 다른 사람의 편지는 버려졌을 겁니다. 같아졌다면 한 편의 글로 정리됐겠죠. 같아지지 않아서, 둘 다 남았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날 오후, 세 사람은 일곱 줄 가운데 하나를 두고 오래 갈렸다. 다섯 번째 줄이었다. 사이에서 오간 것을 적는다. 침묵까지.

조르두는 침묵까지를 빼자고 했다. 다 적으면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모른다는 정민서의 말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스텔라는 침묵을 적되, 누구의 침묵인지는 적지 말자고 했다. 침묵에 이름을 붙이는 건 심문 같다고. 정민서는 침묵은 적지 말고 있었다는 것만 표시하자고 했다.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말할 수 있게.

이스텔라가 가방에서 빈 종이 석 장을 꺼내 한 장씩 나눠 주었다. 이번만은 손으로 쓰자고 했다. 세 사람은 각자 자기 문장을 종이 한 장에 썼다. 조르두의 글씨는 오래 쓰지 않은 사람의 글씨였다. 세 장이 탁자 위에 나란히 놓였다.

조르두가 세 장을 모아 하나로 합치려고 했다. 좋은 부분만 골라 새 문장을. 그는 그런 일을 잘했다. 사 년 동안 해 온 일이었다.

정민서가 뭉치를 묶고 있던 집게를 풀어 내밀었다.

조르두는 집게를 받아 들고 잠시 보았다. 그리고 세 장을 가지런히 겹쳐 모서리를 맞추고, 집게로 물렸다. 자기 문장을 맨 아래에 두고. 그것을 정민서는 보았다.

"고르는 건 나중에."

그가 말했다. "고르더라도 이건 같이 묶어 두고."

조르두가 문서에 쳤다. 줄마다 누가 말했는지와 누가 적었는지를 따로 남긴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으면 둘을 다 남긴다. 갈린 말은 합치지 않는다. 묶는다.

그는 줄 끝에 자기 이름을 쳤다. 편집 기록이 아니라 본문에 이름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이스텔라가 노트북을 끌어당겨 그 아래 자기 이름을 쳤고, 정민서가 태블릿 펜으로 그 아래 서명했다. 두 줄의 활자와 한 줄의 손글씨, 세 개의 이름.

집게로 물린 세 장은 선반의 회색 노트북 옆에 놓였다. 집게가 물고 있는 자리에 종이가 조금 구겨졌다. 그 자국은 나중에 집게를 빼도 남을 것이었다.

"이름을 남기면."

문을 나서기 전에 조르두가 말했다.

"틀린 것도 그 이름으로 남는 거지."

"그럼."

이스텔라가 말했다. 정민서는 조르두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그 말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바라는 것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도 몰랐을 것이다.

> **이날 정한 것** — 문서, 세 개의 이름과 함께
>
> 줄마다 누가 말했는지와 누가 적었는지를 따로 남긴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으면 둘을 다 남긴다.
>
> 갈린 말은 합치지 않는다. 묶는다. 고르는 것은 나중에, 고르더라도 같이 묶어 둔다.
>
> 이름을 남긴다. 틀린 것도 그 이름으로 남는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적히는 것들에 온 곳이 붙기 시작했다.

같은 줄이 두 쪽에서 왔다. 전에는 하나였다. 올린 손이 하나였으니까. 이제 그 줄은 둘이었다. 둘은 같은 말을 했고,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