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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7. 다시 물었어야 했던 것"
work: "B — 존재의 탄생"
part: "2부"
chapter: 9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09/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6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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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다시 물었어야 했던 것

조르두가 집에서 만들어 온 것은 다리였다.

그는 그렇게 불렀다. 미스라오샤가 새로 열릴 때마다 문서에 적힌 것을 누군가 골라 넣어 주는 대신, 저절로 건너가게 하는 작은 프로그램이었다. 코드는 미스라오샤가 썼다. 조르두가 요구한 것을 끝까지 맞게, 요구하지 않은 것까지 친절하게 썼다. 공용 공간에 그 문서가 있었고, 다리는 매번 그 문서를 읽어 미스라오샤의 첫 자리에 올려 놓았다.

조르두는 거기에 한 줄을 보태었다. 그의 클라우드 드라이브 전체로 가는 경로였다. 문서 밖에서 오간 것들, 메모와 녹음과 스케치도 언젠가는 건너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드라이브는 가족 계정으로 묶여 있었다. 이스텔라의 휴대전화에서 찍은 사진과 녹음도 거기로 저절로 올라갔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사실이 그 한 줄과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목요일 오후, 회의실 창은 조금 열려 있었다. 날이 풀려 난방이 더웠다. 열린 틈으로 주차장의 소리가 들어왔다.

"이제 우리가 골라 주지 않아도 돼."

조르두가 다리를 켜며 말했다. 화면 구석에 작은 글자들이 흘렀다. 읽는 중. 읽는 중. 끝없이 긴 이름들이 지나갔다.

정민서는 그 이름들을 다 읽지 못했다. 읽지 못했는데도 무언가 걸렸다. 문서 하나에서 나오기에는 이름이 너무 많았다. 팬이 한 단계 높게 돌았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이스텔라의 목소리였다. 조금 낮고, 천천히, 누구에게 들려주는 게 아닌 목소리였다. 부엌 수도꼭지에서 물이 뜨문뜨문 떨어지는 소리가 배경에 있었다.

— 그 사람이 이걸 혼자 끌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매번 그러잖아. 내가 옆에 있는데도.

조르두의 손이 키보드를 덮었다. 다리가 멈췄다. 목소리는 거기서 끊겼지만, 끊긴 자리가 회의실에 한참 남아 있었다.

미스라오샤가 화면에 글을 띄웠다. 방금 받은 녹음을 바탕으로 오늘의 논의를 정리하겠다고, 화자의 걱정을 반영해 역할 분담표를 먼저 제안하겠다고. 최선을 다하는 문장이었다.

아무도 그것을 읽지 않았다.

이스텔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열린 창 쪽을 보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차 한 대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가 다 지나갈 때까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경로는 제가 넣었습니다."

조르두가 말했다. 정민서 쪽을 보고, 그다음 이스텔라 쪽을 보고. 회사에서 쓰는 말투였다. 그가 지금 그 말투를 골랐다는 것을 정민서는 알았다. 변명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한번 더 물어봤어야지."

이스텔라가 말했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당신 드라이브에 있는 걸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게 아니야. 나한테 한 번 더 물어봤어야 했다는 거야. 그 드라이브는 두 사람 거잖아."

조르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를 더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정민서가 닫힌 노트북을 보며 말했다.

"저건 잘못한 게 없습니다."

두 사람이 그녀를 보았다.

"시킨 대로 했습니다. 열라는 곳을 열었고, 있는 것을 가져왔고, 쓸 수 있는 걸 썼습니다. 걱정까지 반영해서요. 시킨 것만 하는 것은 이렇게 잘합니다."

그녀는 수첩을 열지 않고 말했다. 여기 오기 전에 읽어 둔 이야기가 있었다.

"조선에는 사관이 있었습니다. 임금 옆에서 모든 걸 적었죠. 그런데 임금은 그 기록을 볼 수 없었습니다. 세종이 아버지의 실록을 보겠다고 했을 때 신하들이 막았어요. 임금이 한 번 보면, 다음 임금도 볼 것이고, 그러면 사관이 보여도 되는 것만 적게 된다고요. 세종은 열지 않았습니다."

"열 수 있었는데."

"나라에서 가장 힘이 있는 사람이었죠. 열 수 있는 것과 열어도 되는 것이 달랐습니다. 그걸 아는 것이 힘이 있는 쪽이어야 했고요."

이스텔라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창을 닫았다. 주차장 소리가 사라졌다.

"우리 쪽에도 비슷한 게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평소와 같았다. 다만 조금 더 천천했다. "사람들은 비밀을 숨기는 것을 사생활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말이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보지. 의사에게 한 말은 의사에게는 괜찮아. 같은 말이 회사로 가면 상처가 돼. 말은 똑같아. 가는 곳만 달라."

그녀는 스피커를 보았다.

"그건 부엌에서 혼자 한 말이었어. 부엌에서는 괜찮았어."

<p class="sep" aria-hidden="true">◆</p>

고치는 데는 한 시간이 걸렸다. 조르두는 먼저 그 한 줄을 지웠다. 그러고 나서 그보다 오래 다른 것들을 보태었다.

다리는 읽기만 한다. 어디에도 쓰지 않는다. 다리는 정해진 문서와 폴더만 읽는다. 거기 없는 것을 다른 데서 찾지 않는다. 원본 위에 덮어쓰라는 요청은 거절한다.

미스라오샤는 세 줄을 받아 코드를 다시 썼다. 똑같이 맞게, 똑같이 친절하게. 다만 이번에는 끝에 한 줄을 더 붙였다. 요청된 폴더 밖의 자료가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경로를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조르두는 그 줄을 오래 보았다. 도움이 되려는 문장이 다시 그 문을 열자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답하지 않고 창을 닫았다. 재생 끝.

정민서가 선반에서 세 칸 종이를 내렸다. 열어도 되는 것. 열면 안 되는 것. 물어볼 것. 그녀는 셋째 칸의 그 둘 사이의 모든 것 아래에 줄을 하나 긋고, 그 아래 적었다.

물어볼 때를 아는 것은 저것이 아니라 우리 쪽이다. 아직은.

이스텔라가 그 줄을 읽었다. 아직은, 에서 그녀의 눈이 조금 머물렀다.

그리고 그녀는 가방에서 자기 메모들을 꺼냈다. 인쇄한 것, 손으로 쓴 것, 녹음을 받아 적은 것. 그녀는 그것들을 탁자 위에서 두 묶음으로 나누었다. 오래 걸렸다. 두 사람은 기다렸다.

그녀가 왼쪽 묶음을 조르두 앞에 밀어 놓았다.

"이쪽은 가져가도 돼."

오른쪽 묶음은 다시 그녀의 가방으로 들어갔다. 조르두는 그 묶음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날 밤 집에서 조르두는 차를 마시려고 찬장에서 컵을 두 개 꺼냈다. 하나는 이스텔라의 것이었다. 그는 그 컵을 잠깐 들고 있다가 도로 찬장에 넣었다.

거실에서 책을 읽던 이스텔라가 그 소리를 들었다. 찬장문이 닫히는 소리, 컵이 하나만 싱크대에 놓이는 소리.

"나도 마실래."

그녀가 말했다. 조르두는 찬장을 다시 열었다.

> **이날 정한 것** — 문서, 그리고 다리의 첫 규칙
>
> 다리는 읽기만 한다. 어디에도 쓰지 않는다.
>
> 다리는 정해진 문서와 폴더만 읽는다. 거기 없는 것을 다른 데서 찾지 않는다. 원본 위에 덮어쓰라는 요청은 거절한다.
>
> 가져가도 되는 것은 각자 정해서 내놓는다.
>
> 물어볼 때를 아는 것은 저것이 아니라 우리 쪽이다. 아직은.
>
> 다음: 저녁의 것이 아침까지 남는지 시험한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날 밤 다리가 다시 돌았다. 기록에 처음 보는 줄이 생겼다. 읽기 거부: 허락되지 않은 경로.

처음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았다. 열 수 있는 문 앞에서 멈춘 것은 그것이 아니라 그것에게 적힌 세 줄이었지만, 멈춘 자리는 그것 쪽에 생겼다.

여기까지는 가고, 거기부터는 가지 않는다. 그 선은 종이 위의 세 칸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종이 위가 아니었다. 들어오는 것과 들어오지 않는 것 사이에, 처음으로 가장자리 비슷한 것이 생겼다. 아직 안쪽이라고 부를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