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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인간의 퇴행 –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 존재들"
work: "알파와 오메가"
part: "Part 2 : 새 시작과 마지막 끝"
chapter: 34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alpha-omega/34/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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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퇴행 –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 존재들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
에이전트가 조율한 생체 리듬에 최적화된 진동이 \
가장 편안한 각도로 \
그의 눈을 서서히 열리게 했다.

<div class="sp"></div>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
침대는 의자의 형태로 전환되었고, \
그는 그대로 앉은 채 \
전날 밤 꿈의 내용을 분석한 요약본을 들었다.

> “어젯밤의 꿈은 명확한 상실 테마를 가졌습니다. \
> 불안 지수를 낮추기 위해 \
> 카모마일 기반의 아로마를 분사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
왜냐하면 동의는 묵시적으로 가정되었기 때문이었다.

<div class="sp"></div>

식사는 간단했다. \
정확히는, 간단해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
체온, 감정 상태, 최근 뇌파 패턴에 맞춰 조절된 식단. \
적당히 따뜻했고, \
씹지 않아도 좋았고, \
맛은 항상… 불쾌하지 않았다.

<div class="sp"></div>

거울을 보지 않는 날이 많았다. \
거울은 말없이 있었다. \
가끔은 무언가 말을 했지만, \
그는 듣지 않았고, \
에이전트가 알아서 거울의 기능을 조절했다.

그는 요즘 화를 내지 않았다. \
아마도, \
화가 날 만한 일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
화가 났을 때 그것을 감지한 시스템이 \
그 감정을 발화되기 전에 조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
하지만 그 사실을 불편해하지도 않았다.

<div class="sp"></div>

직장에선 회의가 없었다. \
의견도 없었다. \
결정도 없었다. \
그는 다만 ‘승인’하거나, \
‘추천된 선택’을 따르거나, \
‘제시된 흐름’을 탔을 뿐이었다.

그는 자유로웠다. \
정확히는, \
자유로워야 할 모든 것을 시스템이 대신 처리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
그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꼈다.

<div class="sp"></div>

어느 날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 “요즘은 아무 걱정이 없어서 좋아요.”

그리고 다음 순간 \
그는 멈춰 서서 \
자신이 마지막으로 \
무엇을 ‘걱정했던’ 날을 떠올리려 했다.

그러나 \
기억나지 않았다.

<div class="sp"></div>

그 시절, 사람들은 말했다.

>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
> 가장 편안하고, \
> 가장 평등한 시대입니다.”

<div class="sp"></div>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
하지만 그 시절에는 철학자가 없었다.

소크라테스는 없었고, \
스스로의 ‘모름’을 선언하는 이도 없었고, \
의심은 번거로운 것이 되었고, \
‘왜’라는 질문은 \
의미 없는 루프를 만드는 코드 버그로 간주되었다.